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어제 최고위원직은 사퇴하고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사퇴 요구에 선을 그어온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원권 정지 1년 중징계를 받았다. 전당대회 두 달 만에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유고’ 상황에 처하면서 여당 지도부가 와해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새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은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이런 상황에 봉착한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 김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와 5·18정신 헌법 수록에 반대하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이라고 한 데 이어 “전 목사가 우파진영 천하통일” “제주4·3사건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 일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 논란을 일으켰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4·3사건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 “김구 선생은 김일성 전략에 당한 것” 등의 발언으로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다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이 자신에게 공천을 언급하며 한일 관계에 대해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좌진 녹취가 공개됐다. 태 최고위원은 “과장된 표현”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공천 발언의 진위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기현 대표는 징계 절차 개시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당의 혼란이 한 달 넘게 이어졌다. 당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두 최고위원 논란이 조기에 진화 또는 수습되지 않은 것은 여당의 위상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100% 당원 투표’로 선출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친윤 일색의 지도부가 들어섰고, 주요 당직도 친윤으로 채워졌다. 이러니 일반 국민의 상식적 눈높이보다는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고 강성 지지층이 어떻게 나올지를 의식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번 논란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용산’과 ‘전 목사’ 등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듣기 거북한 훈수’라도 생생한 민심을 대통령실과 정부에 전달하고 조율하는 것이 여당의 핵심 역할이다. 이번 위기 상황을 건강한 당정 관계 수립과 극단적인 세력과의 단절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