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배후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 등 3명이 그제 검찰에 체포됐다. 소환 절차 없이 체포영장부터 청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확인된 데다 죄질도 무겁다고 본 것이다. 이번 사태로 7만2000여 명의 일반 개인투자자가 약 7700억 원의 피해를 봤다는 추산도 나온다. 빠르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대규모 주가조작의 전말을 명명백백하게 가려내야 한다.
우선 주범들이 주가를 의도적으로 올렸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라 대표 등은 투자자들로부터 휴대전화와 증권계좌를 넘겨받아 한쪽에선 팔고, 다른 쪽에선 비싸게 사서 주가를 띄우는 통정거래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골프연습장, 갤러리 등 20여 개 법인을 통해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로 받으며 세금을 탈루한 의혹도 밝혀야 한다. 해외 골프장 등에 빼돌린 것으로 보이는 범죄수익금을 환수하는 것도 과제다.
정계, 재계, 언론계, 의료계 등 다양한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 역시 충격적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라 대표 측 회사 2곳에서 법률고문을 맡았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 출신 장모 씨는 라 대표를 투자자들에게 소개해 주는 등 투자 유치 활동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거액을 투자한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자산가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이들은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라 대표 일당이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알고 돈을 맡겼다면 공범이 될 수 있다.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주주들이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보유 주식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낸 경위도 규명해야 한다.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폭락 나흘 전 자사 주식을 팔아 605억 원을 확보했다. 서울도시가스 회장은 그보다 사흘 앞서 주식을 처분해 457억 원을 현금화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기막힌 타이밍이다. 지분을 고점에서 매도하는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은 아닌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파괴하고 수많은 피해자를 낳는 중대 범죄다. 이런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감옥 가도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실형을 살고 출소한 뒤 다시 주가조작을 시도하는 세력이 있을 정도이겠나. 이번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밝혀 일벌백계해야 한다. 주가조작 적발과 제재·처벌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금융범죄는 곧 패가망신이라는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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