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는 운다. 개구리 우는 소리와 비슷하다. “조기 떼가 떠올라 우는 소리에 주민들은 잠을 설쳤어요. 물속에서 우는 조기 떼는 대나무 속을 뚫은 울통으로 찾았습니다. 대나무가 어군탐지기 역할을 한 겁니다.” 연평도 토박이 정씨 노인(94)은 조기 어군이 서해로 북상하지 않은 지 50여 년이 됐지만 조기 우는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듯 생생하다고 했다.
강원 고성군에 거주하는 곽상록 씨(67·명태어로요 보존회장)는 명태로 북적이던 때를 회상했다. “부친이 명태 어업을 했어요. 1970년대까지 노 젓는 배로 잡았는데 그때는 바다에 명태가 바글바글했으니 늘 만선으로 돌아왔어요. 지금은 완전히 자취를 감춰서 명태어로요만이 그 시절을 기억합니다.” 명태를 추억하는 그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명태는 한반도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였다.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명태는 추석부터 많이 잡혀서 그물질 한 번에 배가 가득 차 산더미처럼 쌓인다”라고 했고, 서유구는 ‘난호어목지’에서 “명태 운송은 동해 물길을 따르고, 말로 실어 나르는 길은 철령을 넘는데 밤낮을 그치지 않고 이어져 나라에 넘쳐난다”고 했다. 1917년에 명태는 우리나라 총어획량의 28.8%에 달할 정도였다. 그 많던 명태는 북쪽 바다에 머물며 돌아오지 않지만, 소비량은 오히려 늘었다. 2022년 냉동 명태 수입은 34만 t으로 수산물 수입 품목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조기를 좋아했다. 서유구는 ‘난호어목지’에서 “상인의 무리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배로 사방에 실어 나른다. 소금에 절여 건어를 만들고, 소금에 담가 젓갈을 만든다. 나라 안에 흘러넘치는데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귀한 생선으로 여기니, 대개 물고기 중에서 가장 많고, 가장 맛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조기와 맛과 모양새가 비슷한 물고기를 찾아서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가서 수입하고 있다. 잡히지 않으면 다른 종류의 생선을 먹으면 될 터인데 애써 명태와 조기를 찾아서 먹는다.
남해의 대표 어종인 멸치는 다행히 우리 바다에서 많이 잡힌다. 멸치의 힘은 젓갈, 액젓, 분말, 육수 형태로 음식에 스며들어 맛을 내는 데에 있다. ‘자산어보’에 “국이나 젓갈을 만들며, 말려서 포를 만들고, 각종 양념으로도 사용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멸치는 예나 지금이나 밥상 위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맛의 지휘자인 셈이다. 세계에서 수산물을 가장 많이 먹는 한국인. 그 중심에 조기명태 멸치가 있다.
자갈치시장을 전시실로 옮겨 놓은 듯 시끌시끌한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녹음된 조기 울음소리, 위판장 경매사 소리, 어로노동요, 실제와 유사하게 재현된 황태덕장 등 생업 현장을 옮겨 놓은 듯하다. 더불어 생선 냄새까지 전시 소재로 사용했다. 왁자지껄한 소리와 비린내로 전시실은 생동감이 넘친다. 전시 구성은 △1부 ‘밥상 위의 조명치’ △2부 ‘뭍으로 오른 조명치’ △3부 ‘조명치의 바다’로 구성돼 있다. 밥상에서 시작해 바다로 나아가며 우리의 음식, 의례, 신앙, 경제를 지탱해준 조기 명태 멸치 문화를 탐색하게끔 구성돼 있다. 서울 한복판으로 물고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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