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귀신을 본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양이가 허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습 때문에 생겨난 미신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곳을 고양이는 왜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일까. 이는 고양이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이 사람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청각과 후각이 매우 발달한 반면 시각과 미각은 그 기능이 특출하지 않다. 청각은 인간의 귀엔 전혀 들리지 않는 높은 음역대까지 들을 수 있다. 양쪽 귀에는 32개의 근육이 발달해 있고 움직임이 자유로워 소리의 진원지까지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다. 회전하는 레이더망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뛰어난 청각은 높은 음역대의 소리를 내면서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쥐나 새를 사냥하는 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고양이의 코는 인간보다 5∼10배 넓은 후각상피 세포를 가지고 있어서 예민하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구강 내의 야콥슨 기관으로는 추가로 후각 정보를 수집한다. 후각 정보에는 페로몬 성분이 포함되는데, 페로몬으로 상대 고양이의 나이, 성별, 성 성숙 유무, 영양 상태, 몸집까지도 파악이 가능하다. 특히 냄새를 통해 상대 고양이가 최근 다녀온 장소를 파악할 수 있는데, 이는 단독 생활을 하는 고양이들 간 불필요한 다툼을 막는 수단이 된다.
시각은 동체시력(움직이는 물체를 인지하는 능력)을 제외하곤 모두 인간보다 기능이 떨어진다. 우선 적록 색약으로 알록달록한 세상은 고양이에게 큰 의미가 없다. 빨간색과 녹색이 강조되는 크리스마스도 조금 진하거나 옅은 회색 세상일 뿐이다. 너무 가까운 곳도 잘 보지 못한다. 거리가 2∼6m 사이에 있어야 물체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다. 다만 동체시력은 날벌레 등 빠르고 작은 움직임을 보는 데에 특화돼 발달했다. 파리의 움직임을 잽싸게 파악해 공중에서 날렵한 솜방망이질로 거뜬히 사냥을 해낸다.
미각은 어떨까? 고양이의 이미지는 고독한 미식가나 까다로운 입맛을 떠올리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인간에 비해 미뢰의 수가 적고 특히나 단맛은 잘 느끼지 못한다. 대신 육식동물답게 아미노산 맛을 잘 구분할 수 있고, 독이 되는 대부분 성분들이 띠는 쓴맛에 민감하다. 이러한 이유로 고양이는 개들처럼 약을 편하게 투여하기 쉽지 않다. 보통 캡슐에 쌓인 형태의 약을 목구멍으로 바로 투약한다.
자, 그래서 고양이는 귀신을 볼 수 있을까? 인간이 고양이에게 직접 물어볼 방법은 없지만 추측건대 고양이가 인간은 인지하지 못하는 음역대를 듣고, 인간은 느낄 수 없는 냄새를 맡을 수 있기에, 인간에게 허공으로 보이는 공간에서 무언가를 느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혹시 정말 영적인 존재가 있다면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시력은 특출나지 않기 때문에 잘 보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것은 모두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들의 앙큼한 상상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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