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코인 리스크’는 첫 대응부터 스텝이 엉켰다. 위믹스 매입 자금 출처와 시기 공개는 제쳐둔 채 뜬금없이 ‘한동훈 검찰’을 물고 늘어져서다. 야권 지지층에겐 ‘악마’나 다름없는 한동훈이기에 반전 카드라고 생각했겠지만 역풍은 거셌다. 입장문만 찔끔찔끔 내놓고 있지만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는 건지 의혹만 커지고 있다.
2030세대의 허탈한 심정이나 ‘북한이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부동산 값을 잡자던 사람이 도박판 같은 코인 거래에 매달린 이중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김 의원이 문제의 코인을 집중 거래했다는 지난해 1, 2월은 3·9대선을 불과 한두 달 앞둔 긴박한 시기였다.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최측근으로서 눈코 뜰 새 없었을 텐데도 코인 거래에 심혈을 기울인 강심장이 더 대단해 보인다.
김 의원은 뒤늦게 국민 눈높이에 어긋났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코인 거래에는 불법이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거래의 불법 여부는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가난한 삶을 실천한 청년 정치인으로 자임하면서 전 재산을 다 걸 정도로 비정상적인 코인 거래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불법이냐, 합법이냐는 사법적 잣대이지 정치 행위의 판단 기준은 아니다. 지난 정권에선 가상화폐 거래를 사실상 도박이라고 질타했는데도, 불법만 아니면 코인 거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사건의 초점을 흐리는 꼼수나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여권은 대통령의 40%대 지지율만 쳐다보면서 압도적인 정권 심판 여론엔 눈을 감았다. 왜 민심이 등을 돌렸는지 출구전략을 모색하기는커녕 지지 세력 결집에만 집중했다. 반성과 쇄신은 형식적인 레토릭에 그쳤고, 대선 패배 이후 사실상 이재명당이 되면서 그나마 쇄신 논의는 쑥 들어갔다. 돈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 사건까지 터졌는데도 이재명 지도부는 닷새 동안 지켜보기만 했다.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권의 사실상 중간 평가다. 집권 3년차라는 권력의 변곡점을 맞는 선거엔 정권 심판론에 힘이 붙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정부 공세에 나서는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된다. 그러나 ‘닥치고 공세’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자신들의 잘못이나 과오에는 눈감은 채 상대방만 공격하는 이중적 태도는 달라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권위주의 시절 핍박받는 야당과 민주화 이후 압도적 과반의 입법권을 행사하는 지금 야당을 동렬에 놓을 수 있겠는가.
지난 정권에서 조국 사태가 벌어지자 강경 지지층은 ‘조국은 무죄다’라며 반격 집회에 나섰다. 그러나 여론 지형을 흔들려면 분명한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강경 지지층은 같은 편이라면 무조건 뭉칠지 몰라도 중도 성향 지지자들은 명분 없는 투쟁엔 나서지 않는다. 쇄신 없이 무조건 뭉치자는 구호는 지지층을 더욱 쪼그라들게 할 뿐이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정권 유지론을 훨씬 앞서고 있는데도 민주당은 그 반사이익조차 전혀 못 누리고 있지 않나.
쇄신은 남 탓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 과오부터 청산하는 것이다. “여당은요”라고 받아친다고 해서 뼈를 깎는 쇄신을 건너뛸 수는 없다. 왜 5년 만에 정권을 뺏겼는지 정녕 모르는가. 대선에서 ‘조국의 강’을 건너겠다고 해놓고서 이젠 “조국 출마가 뭐가 문제냐”는 발언이 당당하게 나온다. 민주당은 더 이상 지지자들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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