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로나 3년간 비대면 진료 3661만 건… 법제화 뭐가 문제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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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이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기로 결정함에 따라 비대면 진료가 셧다운 위기를 맞고 있다. 3년 전에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 이상인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관련 법제를 미리 정비해 대비해야 했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의약계의 반발을 의식해 머뭇거린 탓이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전 국민 4명 중 1명꼴인 1379만 명이 지난 3년간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는데 78%는 ‘만족한다’, 88%는 ‘다시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안전성에 대한 의약계의 우려와 달리 단순 처방누락 등 5건을 제외하면 심각한 의료사고도 보고되지 않았다. 비대면 진료의 86%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뤄져 대형병원만 이득을 볼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그런데도 법제화가 늦어지는 것은 비대면 진료 대상에 초진을 포함시킬지를 놓고 의견차가 크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오진 가능성,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을 들어 코로나19 기간 중 허용됐던 초진은 빼고 재진 환자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 플랫폼 업체들은 비대면 진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초진을 제외할 경우 관련 산업이 고사할 것이라며 초진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내달 이후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갈 계획이다. 의료계 반발이 큰 초진은 빼고 재진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한밤중 어린 자녀가 아플 때 비대면 진료로 병원을 찾았던 이용자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의료 서비스의 혁신적 시도가 법제화 미비로 무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5개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는 국회의 논의도 초진·재진 논란에 묶여 진척이 없다. 문제의 해법은 의료 이용자들의 눈높이에서 찾아야 한다. 허용 기준을 초·재진으로 가르는 대신 경증 질환, 수요가 많은 소아과 등의 분야부터 먼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어떤 경우에도 힘들게 진전된 의료계의 혁신이 뒷걸음질 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코로나#비대면 진료#셧다운 위기#의료계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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