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인 의혹’ 김남국 탈당… ‘꼬리 자르기’ ‘면죄부’ 안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5일 00시 00분


거액의 코인 거래 의혹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어제 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별도의 대국민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공세에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윤리감찰에 나서고, 당내에서도 의원직 사퇴 요구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이 코인 거래 의혹을 해명할수록 의혹만 더 증폭됐다. 의혹의 핵심인 코인 투자금의 출처와 취득 방법에 대한 소명부터 오락가락했다. 당 진상조사단은 김 의원 명의로 된 코인 지갑을 4개 이상 확인했다고 지도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김 의원이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없다”고 했지만 코인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코인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에어드롭’ 방식으로 코인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김 의원은 마케팅 이벤트라서 문제 될 게 없다고 했지만 누가, 언제, 얼마나 코인을 준 것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입법 로비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의원은 공개적인 기자회견은 거부한 채 “명확하게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정치공세 운운하기 전에 의혹만 부풀린 선택적 해명부터 사과해야 한다.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안보고 도중에 수차례 코인 거래를 한 기록이 나왔다고 한다. 그나마 확인된 게 이 정도라면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사적인 이익을 챙기느라 청문회와 상임위 활동을 방기한 것은 국회의원 본연의 직분을 망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김 의원은 “불법은 없었다”는 변명에 급급할 일이 아니다. 코인 거래 의혹에 절망한 2030세대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

김 의원의 탈당으로 코인 거래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윤리감찰과 진상조사도 중단될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이 아니니 진상규명에 손을 떼겠다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 김 의원 탈당이 국민적 의혹에 면죄부를 주는 꼬리 자르기가 되어선 안 된다. 탈당을 빌미 삼아 사건을 어물쩍 넘긴다면 땅에 떨어진 민주당의 도덕성을 바로 세우는 쇄신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김남국 탈당#꼬리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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