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는 놀아달라는 말을 참 많이 듣게 된다. 아이들은 금방 부모와 놀아 놓고도 안 놀았다고 또 놀아달라고 한다. 부모 생각에는 많이 놀아주는 것도 같은데,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가 안 놀아준다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도 같다.
그런데 여기에는 부모의 몇 가지 착각이 있다. 첫 번째는 아이와 한 공간에 있으면 부모는 놀아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설거지를 하면서, 빨래를 개키면서, TV 드라마를 보면서 가끔 “아, 그래” “그랬어?” “어머나, 잘했구나” “줘봐. 엄마가 끼워줄게. 자 이제 가서 놀아” “어, 다시 한번 찾아보면 되겠네”라고 아이의 행동에 추임새 넣어준 것을 놀아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놀아준 것이 아니다. 직접 가서 아이와 상호작용을 해야 놀아준 것이다.
두 번째는 장난감을 사주면 놀아줬다고 생각한다. 크고 비싼 것을 사주고는 더 많이 놀아준 것 같아 뿌듯해하기도 한다. 장난감은 장난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장난감만 사주는 아이들은 장난감만 소중하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준 아이들은, 장난감이 아니라 놀이의 경험과 그때 즐거웠던 기억이 소중하다. 어릴 때의 놀이는 부모와의 아주 깊고 친밀한 정서적인 상호작용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부모와 놀기를 원한다. 아이들이 놀자는 것은 장난감을 조작하면서 놀자는 것이 아니다. 함께 얘기하고 눈을 마주치고, 같이 시간을 보내자는 것이다. 장난감만 사준 아이들은 장난감을 아무리 가지고 놀아도 부모와 함께 놀지 못했기 때문에 못 놀았다는 결핍을 느낀다.
세 번째는 놀이를 가지고 너무 교육적인 접근을 한 경우이다. 부모들은 놀이를 하면서도 가르치고 싶어 한다. 자동차 놀이를 하다가 “이건 레미콘이지, 이건 포클레인이지. 이거 몇 개지? 이거에다가 이거 같이 두면 몇 개지?”라고 한다. 자꾸 교육적인 제공을 하려다 보니 부모가 놀이를 주도하게 된다. 수시로 부모의 의도가 드러난다. 놀이가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면, 아이는 시쳇말로 미칠 지경이 된다.
놀이는 아이의 정서를 수용해 주고, 자율성을 높여 주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부모가 학습적인 것을 너무 많이 가르치려 들면 아이는 놀아도 논 것이 아니다. 놀고 나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인다. 아이가 장난감 중 시계를 골라 왔을 때, 부모는 속으로 ‘옳지. 오늘은 시계에 대해서 가르쳐 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계는 영어로 워치야. 똑딱똑딱 긴 바늘은 분침이고, 짧은 바늘은 시침이야”라고 한다. 아이는 당연히 재미가 없다. 시계를 놓고 다른 장난감이 있는 곳으로 가버린다. 그런데 부모는 아이를 쫓아가면서 “계속 가지고 놀아야지. 자꾸 장난감을 바꾸면 어떡해?” 하면서 압박까지 준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부모와의 놀이에 시큰둥해진다. 다음부터는 부모를 자신의 놀이에 개입시키지 않으려고 든다. 혼자 노는 한이 있어도 부모랑은 놀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와는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아이의 뒤를 따라가야 한다. 놀이를 선택할 때는 아이가 충분히 탐색하게 해주고, 놀잇감도 아이가 자유롭게 고르게 한다. 아이가 놀잇감을 골라 와서 “나 이것 가지고 놀 거야”라고 말했을 때, “그거는 재미없겠다”라고 김빠지는 소리는 하면 안 된다. 그리고 놀이가 진행되면 반드시 아이가 주도하게 해야 한다. 아이가 “엄마, 나 낚시 게임 할래”라고 하면, “와, 재밌겠다. 엄마는 어떤 것을 할까?” 하면서 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라는 것은 부모가 아이의 놀이를 쥐고 흔들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라는 것이다. 그 안에서 격려와 지도를 하면서 놀아줘야 한다. 아이가 놀이 방법을 모르면 놀이를 주도하는 아이 입장을 배려해서 “아, 이렇게 하는 건가 보다”식으로 넌지시 말해준다. 아이가 잘할 때는 칭찬해 주고, 아이가 “아∼ 재밌다∼”라고 감정을 표현하면 부모는 “이야∼ 신난다∼”라며 그 감정에 대응해 준다. 놀이는 정서를 포용해 주고 감정을 잘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놀이에 따라서는 제한을 해야 하는 것도 있다. 칼이나 총 등과 같은 공격적인 장난감은 규칙을 정해서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하고, 모래나 돌멩이를 가지고 놀 때도 안전하게 노는 법을 알려준다.
아이와 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와 깊은 상호작용을 하면서 에너지를 몰입해야 하기에 어렵다. 잠깐만 놀아도 피곤할 수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참된 놀이가 무엇인지를 모르기도 하지만, 할 수 있어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하루 30분이라도 모든 에너지를 몰입하여 아이와 제대로 놀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만 해줘도 아이의 모든 것이 정말 많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부모 자녀 관계에도, 정서 발달에도, 신체 발달에도, 사회성 발달에도, 인지 발달에도 놀이는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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