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3개월이 지난 신입 사원이 있는데 그동안 지시한 업무를 실수 없이 해낸 게 손에 꼽을 정도예요. 결과물이 너무 수준 미달이길래 퇴근 전에 다시 하라고 지시하니 ‘야근할 순 없다’며 칼퇴근해 버리네요.”
정보기술(IT) 관련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모 팀장이 최근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의 직무 관련 심리 상담 코너 ‘직장인 금쪽이’에 보내온 고민 사연이다. 김 팀장은 “똑같은 잘못을 매일 반복할 정도로 역량 미달인데도 갑자기 퇴사라도 해버릴까 봐 조심스럽게 대하고 있다”며 대응책을 물었다.
직장인 심리 상담 코너뿐 아니라 팀장 커뮤니티 등에서는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 눈치 보기’에 대한 관리자들의 사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직률이 높은 MZ세대 직원의 이탈을 막는다며 회사의 지원이나 관심이 온통 젊은 직원들에게 쏠린 가운데 매니저급인 기성세대가 어려움을 호소할 통로는 많지 않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특히 김 팀장 사례처럼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데 ‘과제 집착력’도 낮아 성과 관리가 힘든 직원과 일하게 된 관리자들은 선의→좌절→분노→자책의 단계를 골고루 경험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경기침체로 채용 등 인력 투자 여력은 줄고 업무 부담은 늘어났는데 ‘이심전심’은커녕 ‘1인분’의 역할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해 야속하다는 것이다.
코칭 및 리더십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선 먼저 ‘무능’을 ‘태도’로 오해하지 말고 세대론이라는 일반화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김수경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입 직원이 자주 실수를 하는 것이 상사의 말을 무시한다거나 불성실하기 때문이라고 확대 해석하면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싣게 된다”며 “감정을 빼고 ‘우리는 일로 만난 사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세대보단 개인의 문제에 집중해 성과를 높이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MZ세대 직원의 충성심 부족이 마음에 걸린다면 ‘디지털 인간’인 이들의 사고방식을 냉정히 들여다봐야 한다. ‘90년대생이 온다’를 쓴 임홍택 저자는 “MZ세대의 근무 태도는 ‘프로그래밍적 사고’에 기반하고 있음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아날로그 인간’인 기성세대는 사고방식이 비정형적이라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즉 “정식 출근 시간은 9시지만 미리 와서 준비하라”고 하면 8시 반쯤엔 도착한다. 하지만 ‘개떡’을 입력하면 ‘개떡’이 출력되는 디지털 인간에게 가장 합리적인 ‘9시 전 출근’ 시간은 8시 59분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은 ‘이심전심’을 기대하는 ‘아날로그식 눈치’를 꼰대스럽다고 여긴다. 따라서 이들에게서 ‘찰떡’을 기대하다 실망하지 말고 원하는 결과를 위한 구체적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MZ세대 직장인들은 실제로 ‘명확한 피드백’을 가장 이상적인 상사의 조건으로 꼽는다.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시대에 쓰인 점토판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글이 써 있었다. 어느 시대에나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었지만, 이들과 소통해야 조직이 발전한다. 비판에 앞서 교감을 원한다면 ‘디지털 인간’ 시대의 소통 문법에 눈높이를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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