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는 어제 국회의원 전원이 가상화폐 보유 내역을 자진신고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21대 국회 임기 개시 이후 가상자산의 보유 현황 및 변동 내역을 인사혁신처에 신고하고,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 이를 조사하도록 제안한다는 것이다. 김남국 의원 사건을 계기로 ‘가상화폐를 갖고 있는 다른 의원은 없느냐’는 의혹이 커지자 소관 상임위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현행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에는 가상화폐가 빠져 있어 공개된 재산만으로는 의원들이 어떤 코인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재산의 상당 부분을 가상화폐로 보유하고 있다면 전체 재산의 일부만 공개되는 셈이다. 의원이 보유하고 있던 코인을 매각했는지, 그렇다면 판매대금은 어디로 갔는지도 알 방법이 없다. 이렇다 보니 가상화폐가 재산은닉 수단이나 불법 정치자금 경로로 악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하지만 코인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정치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전체 실태는 알려진 게 없다.
공직자로서의 이해충돌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도 모든 의원이 보유한 코인의 실태를 밝힐 필요가 있다. 게임업체에서 발행한 위믹스를 대량 보유했던 김 의원의 경우 돈 버는 게임(P2E)에서 얻은 게임머니를 가상화폐로 인정하는 내용의 법안에 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행성이 높은 P2E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가운데, 업계가 집요한 ‘합법화 공세’에 나서면서 로비설이 파다했다. 이 문제를 다루는 상임위에서도 일부 호의적인 발언이 나왔던 만큼 로비 개연성을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다.
코인 전수조사나 자진신고를 선언적으로 결의하는 수준으로는 이런 의혹들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권익위가 조사한다고 해도 의원들이 신고한 내용이 사실인지를 가려내기는 어렵다. 가상화폐 보유 및 거래 내역을 모두 가지고 있는 코인거래소에서 자료를 제출하고, 금융 당국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의원들의 코인 보유 현황을 실질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국회가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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