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자료를 회사 밖으로 유출한 엔지니어가 적발됐다. 이 직원은 핵심 기술이 포함된 자료 수십 건을 외부 개인 메일로 발송했고, 이 중 일부를 다시 자신의 또 다른 외부 메일 계정으로 보내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그를 해고하고 국가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기업들이 보안을 잇달아 강화하고 있는데도 기술 유출 사건이 또다시 벌어진 것이다.
유출된 정보가 어디로 넘겨졌는지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유사 사건의 전례로 볼 때 해외나 경쟁사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전 연구원들이 710억 원대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기술과 장비를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올해 초 실형을 선고받는 등 우리 기업의 기술과 인력이 해외로 넘어가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일단 유출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데다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품목인 반도체의 기술 탈취 시도는 미중 간 기술 경쟁의 격화 속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은 자국 내 첨단장비 반입을 규제하는 미국의 견제에 맞서 자체 기술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초격차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강국 한국이 주요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경쟁사들은 기술을 빼내오는 대가로 많게는 수백억 원의 연봉을 제시하며 국내 연구진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같은 미래 핵심 분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술 유출을 시도하는 이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크웹을 사용하는 등 수법이 점점 고도화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기업이 많게는 수조 원을 들여 개발해온 미래 핵심 기술을 빼돌리는 것은 업계 이익을 넘어 국익을 해치고 국가안보를 흔드는 매국적 범죄다. 2018년 이후 5년간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국내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93건으로 피해액은 25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국정원과 특허청 등 국가기관의 선제적 감시가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 ‘솜방망이’ 비판을 받아온 기술 탈취범들의 처벌 또한 사법부의 양형 기준을 높임으로써 다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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