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사전을 뒤져보면 ‘잡종’ ‘혼합물’ 같은 뜻을 가진 이 단어를 자동차 업계에서는 흔히 ‘하브’라고 부른다. 기존의 내연기관에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덧붙인 하이브리드차는 1997년 도요타가 역사적인 모델 ‘프리우스’를 출시하면서 하나의 장르가 됐다.
추가 부품 때문에 아무래도 가격이 더 비싼 하이브리드차의 최대 장점은 연료소비효율(연비)이다. 막히는 시내 주행에서는 엔진 대신 전기 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또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 과정에서 마찰열로 사라지던 에너지를 재활용해 저장(회생제동)하면서 놀라운 연비를 보여준다. 동일한 1.6L 가솔린 엔진을 쓰는 현대차 아반떼의 순수 내연기관 모델은 복합연비가 L당 14.8km인데 하이브리드 모델은 21.1km에 이른다. 무려 42.6%의 연비 향상이다.
‘더 비싸지만 연비 좋은 차’로 각광받던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과도기적인 차로 평가되기도 한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대안으로 활약하다 자연스레 사라지리란 의견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의 식지 않는 인기는 이런 생각이 오해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27만4000대에 이르는 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마일드 하이브리드 포함)가 판매됐다. 점유율로는 16.3%에 이른다. 판매량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는 지난해 16만4000대 팔렸지만 여전히 하이브리드차와의 격차가 크다.
한국은 선도적인 전기차 인프라를 갖춘 나라로 꼽힌다. 동시에 하이브리드차 구매 여건도 훌륭한 나라다. 자국 기업인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차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프리우스로 하이브리드차의 선구자가 된 도요타는 복잡한 ‘특허 그물’을 펼쳐놓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기업들은 굳이 하이브리드차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반면에 현대차그룹은 도요타의 특허를 우회하는 새로운 기술로 하이브리드차를 설계하면서 경쟁을 벌여 왔다. 국산차로 경쟁력 있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모두 고를 수 있는 한국에서 상당수 소비자가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충전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낮은 충전 비용을 최대 매력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전기차의 비중이 커질수록 희석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전기 요금이 현실화되고 있고 전기차를 위한 충전요금 할인도 줄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력난을 겪으면서 전기차 고속충전 요금이 휘발유 가격에 맞먹을 정도로 비싸진 경우가 등장한 바 있다.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 직원들은 근속 연수에 따라 정해진 비율로 할인을 받으며 현대차를 구매한다. 아무래도 차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현대차 직원 상당수는 자신과 동료들의 ‘원픽’이 ‘그랜저 하브’라고 말한다.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이 이야기는 적당히 경제적이고 감당할 만큼 친환경적이어서 충전 걱정 없이 편하게 탈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의 경쟁력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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