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취임 1년을 맞았다. 한 장관의 1년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전사(戰士)’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 상당수는 국회에서 야당 의원의 지적을 거침없이 받아치던 모습으로 한 장관을 기억한다. 전투력도 입증했다. 한 장관과 원색적 표현까지 동원하며 치고받았던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이모(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이해하고 질문했던 김남국 의원은 가상화폐 대량 보유 논란에 휩싸여 한 장관으로부터 “몰래 코인하다 금융당국에 걸린 게 왜 ‘제 작품’이냐”는 비아냥을 듣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최근 참여연대와의 공방처럼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참여연대가 10일 홈페이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교체 대상 고위 공직자 1위가 한 장관”이라고 발표하자 한 장관은 당일 곧장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가 왜 중립적 시민단체인 척하느냐”고 맞받았다. 이후 일주일 동안 한 장관과 참여연대는 네 차례씩 추가로 공방을 주고받았다.
한 장관은 1년 동안 지난 정부의 유산과도 싸웠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한 장관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하긴 했지만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을 주도하며 검찰의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을, 대검찰청에 마약·조직범죄부를 부활시키며 금융범죄와 마약사범, 조폭 단속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어떤 장관이든 지난 정부에서 했던 일을 지웠다거나 야당 의원과 싸웠다는 이유로 후대에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렵다. 한 장관이 남은 임기 동안 본격적으로 자신의 레거시 만들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라도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법무부 장관과 그렇지 않은 법무부 장관 사례를 돌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에는 타임지가 소개한 ‘역대 최고의 각료 10’에 법무장관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로버트 케네디 전 장관이 있다. 만 35세에 장관이 된 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으로 한 장관처럼 “지고 못 사는 성격”이란 평가를 받았다.
재임한 3년 8개월 동안 부패한 노조 지도자 지미 호퍼를 몰아붙였고, 마피아 등 조직범죄와 전면에서 싸웠다. 동시에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시민인권법 통과를 주도했고, 흑인 학생을 대학에 입학시키라는 연방법원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앨라배마주립대에 연방 보안관을 파견해 보호했다. 주지사가 “학교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하자 그는 “이 학생들은 학교에 다닐 자격이 있다. 막으면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며 거칠게 맞섰다. (타임지가 ‘역대 최악의 각료 10’으로 소개한 법무장관도 3명 있으니 이는 직접 찾아보면 좋겠다.)
국내에선 2020년 한 일간지가 법조인을 대상으로 ‘역대 최고의 법무부 장관’을 물었을 때 김대중 정부 시절 임명된 최경원 전 장관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최 전 장관은 정치적 이슈와 거리를 두며 외풍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법무부 내 인권 부서를 확대했고, 검찰인사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등 개혁도 시도했다.
이들 사례를 참고하면 한 장관이 누구를 위해,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에 시사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역시 미국에서 존경받는 법무장관으로 꼽히는 로버트 잭슨 전 장관의 연설 ‘연방검사’ 중 한 대목을 한 장관에게 상기시켜 주고 싶다.
“지역 경찰이 교통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하루아침에 운전자 절반을 체포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검사는 극악하고, 공공에 미치는 해악이 크며, 증거가 매우 명백한 사건만을 골라 기소해야(다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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