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찰단이 22∼25일 나흘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처리 과정을 점검한다. 현장 확인은 23∼24일 이뤄지고 그 전후로 일본 관계기관과 기술회의를 한다. 시찰단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정부 산하기관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됐다. 민간 전문가는 별도 자문그룹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 정화설비를 집중 확인하고 ALPS 처리 후 오염수 농도 분석 결과를 중점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정상이 7일 합의한 이래 두 차례의 대면 및 화상회의 끝에 확정된 시찰단 활동 계획에 대해선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게 사실이다. 정부가 밝힌 계획도 일본 측이 제공하는 점검·분석 결과를 확인하는 수준이다. 애초부터 그 명칭이 ‘검증’도 ‘조사’도 아닌 ‘시찰’로 정해졌을 때부터 그 한계는 분명했다. 일본 측은 진작 “한국 측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한 것으로 안전성 평가나 확인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 여당에서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자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요식행위로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깊어졌다.
그렇다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을 두고 현장을 방문해 점검할 기회를 걷어찰 이유는 없다. 이미 한국을 포함한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증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가 밝힌 대로 ‘실제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과학적 분석을 위한 데이터를 충분히 구해야 한다. 그걸 토대로 자체적인 평가를 하고 우리의 대응 방침을 정할 좋은 기회인 셈이다. 아울러 지속적인 모니터링이나 현지 수산물 수입 같은 향후 정책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한일관계에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엄밀하고 과학적인 실체 검증이 우선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양 국민 간 신뢰 회복이라는 큰 관문을 넘어야 한다. 한일 정부 간 훈풍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여전히 냉랭한 게 우리 민심의 현주소다. 일회성 시찰단 활동으로 많은 논란이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시찰단에 사실상 제한 없는 접근과 검증 자료를 제공하는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어렵사리 복원의 길에 접어든 한일관계를 공고화하고 그 지속가능성을 확인시켜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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