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모든 경제지표가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생산, 소비, 투자 증가 폭이 예상치를 밑돌고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면서 약세가 뚜렷하다. 작년 12월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을 시작한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어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위안 선이 깨지는 ‘포치(破七)’가 현실화됐다. 중국 런민은행이 고시하는 환율이 7위안을 넘은 건 작년 12월 5일 이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7위안은 중국 정부가 용인하는 마지노선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달러화 약세 속에서도 ‘경제의 종합 성적표’ 격인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진 건 경제 회복 강도가 그만큼 약해서다. 지난달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시장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고용 상황 역시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20.4%로 2018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20% 선을 넘어섰다. 경기 악화를 예상한 기업들이 채용에 신중해진 탓이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0.1%로, 인플레이션을 염려하는 다른 주요국들과 달리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일찌감치 꺼진 중국의 리오프닝 특수는 7개월 연속 수출 감소, 특히 대중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를 겪고 있는 한국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현재 수출 부진의 최대 원인은 반도체, 대중 수출 위축이다. 중국의 제조업이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한국 수출도 살아나기 어렵다. 그나마 중국의 내수 소비는 나은 편인데도 이른바 궈차오(國潮·애국소비) 확산 등으로 중국 시장을 한때 주름잡던 한국 화장품, 의류, 프랜차이즈 등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중국에 대한 ‘선별적 봉쇄’를 강화할 경우 이런 상황은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중국에서 인도, 베트남 등지로 공장과 설비를 옮기는 글로벌 기업이 많아질수록 한국의 대중 수출, 무역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이제 중국 경기 침체 장기화를 상수(常數)로 놓고 리오프닝에 기댄 ‘상저하고(上低下高)’ 목표를 재검토해야 한다. 교역량이 늘어나는 미국,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일본을 중심으로 대기업이 앞장서서 판로와 교역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을 향한 소비재·서비스 수출은 품질 면에서 확연히 차별화되는 ‘하이엔드’ 제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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