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력보다 교류, 대만도 독립만 외치진 않아
G7 대중 성토장 됐지만, 미중 관계 변화할 것
대만 문제 뒤집어 보며 전략적 대응 점검할 때
중국은 과연 하나인가. 이는 대만 문제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본질이다. 1971년 유엔 결의는 중화인민공화국(PRC)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했지만 ‘하나의 중국’을 둘러싼 기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바라보는 각도와 사안에 따라 중국이 하나인 듯, 두 개인 듯 혼란스럽다.
왜 그런가. 중국의 힘자랑과 미국의 전략적 변화 때문이다. 미국은 과거 미중 협력에 몰두하면서 대만을 국제사회의 고아로 방치했고 지금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로 치켜세운다. 문제는 중국의 부상으로 대만 문제를 좌우할 수 있는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고, 양안 관계도 통일과 독립의 문제로 단순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대만해협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가는 상황이 큰 부담이다. 전환기에 접어든 한중관계의 새로운 좌표 설정을 위해서도 대만 문제와 양안 관계의 겉과 속을 냉철하게 진단해야 한다.
우선 중국의 강압적 통일 의지를 외형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요즘 중국의 주요 문건과 지도부 발언은 그들이 내세우는 ‘신시기(新時期)’에 전혀 걸맞지 않게 먼 과거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특히 시진핑 3기 이후 대만 통일에 대한 결기는 하늘을 찌른다. 머리가 깨지고 불에 타죽을 각오가 아니면 대만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고 연일 경고한다. 그러나 애국주의로 분장한 결연한 모습에 현혹되기보다 이면의 실제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중국은 시진핑의 책사인 왕후닝 정협 주석을 정점으로 대만 관련 인사·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위험천만한 무력통일 시도가 아니라 다양한 교류 협력을 통해 대만의 반민진당, 현상 유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최근 대만 주요 인사들의 중국 방문이 줄을 잇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만해협에 군함과 전투기만 오가는 게 아니다.
대만의 독립 의지와 이를 대변하는 집권 민진당의 정치력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 차이잉원 총통의 연임은 전적으로 2019년 홍콩 시위의 강경 진압에 분노한 대만 유권자들의 반중 정서 덕분이다. 그러나 중국의 위협에 따른 반사이익만으로 민진당의 장기 집권이 가능하지 않으며 반중 정서가 반드시 독립 주장으로 연계되지도 않는다. 대다수 대만인들은 신뢰할 수 없는 중국식 일국양제 통일과 실현 불가능한 대만 독립의 중간에서 공존과 현상 유지를 바란다. 이러한 ‘불통불독(不統不獨)’ 정서는 무모한 통일과 독립 시도를 동시에 제어하는 방어막이다. 이들은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과연 대만해협의 평화 증진에 이로운 것인지,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이 대만의 안보를 실제 증강시킬 것인지를 꼼꼼히 따지며 자신들의 미래를 미국에만 맡기는 것에 매우 회의적이다. 생존 본능 차원에서 중국과 미국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대만인이다. 이들은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과 대만의 미래에 방점을 두고 전쟁과 평화를 고민한다.
끝으로 미국의 대중 정책을 시종일관 압박과 대결로 전망하는 것은 미중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미중관계의 자의적 판단은 결국 미국의 대만 정책에도 오해를 낳는다. 미국은 시기와 사안에 따라 중국과 협력·경쟁·대결하는 복합 전략을 구사하며 어느 경우에도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대만을 전폭 지원할 것이라는 예측은 비현실적이다. 미국은 대만을 독립시킬 의지도 능력도 없으며 이는 미국의 대만 정책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다. 최근 미중의 외교책사 제이크 설리번과 왕이의 장시간 회동은 미중 관계와 대만 문제의 새로운 변화 신호다.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회의의 중국 성토도 변화의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
이처럼 대만 문제와 양안 관계의 겉과 속을 뒤집어 보며 우리의 전략적 판단과 대응을 점검해야 한다. 대만 문제의 핵심 변수인 중국, 대만, 미국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부실한 진단은 결국 정책 실패로 이어진다. 제한된 선택지 내에서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대만해협과 한반도의 안보가 민감하게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무력시위만으로 대만해협의 전쟁을 예단하고 서둘러 우리의 속내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런 실익 없이 한중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밀착이 거슬리지만 우리가 대만인들보다 더 과민할 필요는 없다. 대만 독립주의자 차이 총통과 친중적인 마잉주 전 총통도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에는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평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서 사분오열되어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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