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와 대만해협[임용한의 전쟁사]〈264〉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3일 03시 00분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다. 가이드가 중국은 대만 침공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말했다. 바닷가에 군대가 대기 중이며 “주석님께서 명령만 내리시면”이라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 뒤로 30년이 지났다. 요즘 자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겠냐는 질문을 받는다. 생각해보니 30년간 그런 질문을 받고 있다.

“아니요. 그런 질문을 30년 동안 들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라고 한다면 어리석은 답이다. 300년 동안 아무 일이 없었어도 내일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전쟁이다.

게다가 지금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도가 높다. 중국은 3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강해졌고, 국제적인 위상도 높아졌다. 미국과는 각을 세우며 대립하고 있고, 제3세계에서 지지를 모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위안화가 이제 달러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만 해도 버겁고, 경제 상태는 위태위태하다.

30년 사이에 대만의 정치 경제도 격동을 겪었다. 군대와 국민들의 국방 의식은 많이 약해졌다. 지금 반성하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하지만, 전쟁 준비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다만 중국의 확장과 해양 진출에 대한 우려는 몇 년 전부터 충분히 감지되고 있었다. 그래서 결성한 아니 결성했다기보다는 결성되어 가고 있는 전략이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고 있는 집단 방위동맹인 쿼드다.

쿼드는 처음 탄생할 때부터 한국에 양날의 검이고, 어려운 선택이었다. 미국은 가입을 요구하고, 중국은 눈을 부라린다. 이미 국론은 분열되어 있고,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진짜 문제는 이 상황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국력은 이미 새우 수준이 아니며, 대만 문제는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평화를 유지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화목한 상태를 유지하는 군자의 방법과 치열하게 견제하고 다투며 서로를 억제하는 호랑이와 늑대의 방법이다. 군자의 방법이 최선이지만, 따지고 보면 가식일 뿐 인류 역사에 그런 순간이 있었나 싶다.

#쿼드#대만해협#임용한의 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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