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간부 자녀들이 선관위 경력직에 채용된 사례가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박찬진 사무총장, 송봉섭 사무차장을 비롯해 김세환 전 사무총장과 제주 선관위의 신우용 상임위원 등 4명의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으로 채용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어제는 세종 선관위 상임위원(1급)으로 퇴직한 A 씨, 경남 지역 선관위에서 일하는 과장(3급)의 자녀도 경력직에 채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드러난 전·현직 간부 자녀 채용은 6건에 달한다.
이 중 2건은 전·현직 고위 간부가 본인 자녀의 채용을 승인한 최종 결재권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의 딸은 광주 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선관위 경력직 9급에 채용됐는데, 박 사무총장은 딸 채용 당시 사무차장으로 채용을 승인한 최종 결재자였다. 대선 사전투표 관리 부실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 전 사무총장도 사무차장 시절 자신의 아들 경력 채용을 최종 승인했다. 자녀의 채용을 ‘셀프 결재’한 셈이다.
선관위는 “어떤 특혜도 없었다” “경력직은 원거리에 배치돼 인기가 높지 않다” 등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전·현직 사무총장, 사무차장, 상임위원 등 고위직의 자녀가 한둘도 아니고 여러 명 경력직에 채용된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 또 이들의 자녀들은 경력직 채용을 거쳐 지방공무원에서 국가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채용 과정에서 어떤 사전정보 공유나 면접 등에서의 특혜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선관위는 뒤늦게 자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5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자녀의 선관위 재직 여부를 전수 조사한다고 한다. 그러나 ‘셀프 감사’ ‘셀프 조사’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선관위 스스로 철저한 수사를 요청해 채용 의혹의 진상을 밝히는 게 독립적 위상을 확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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