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방미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이 회사의 다음 전기차 공장을 한국에 세울 것을 제안했다. 우리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각종 인센티브도 상세히 소개했다고 한다.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 멕시코 몬테레이에 이어 6번째 첨단공장 ‘기가 팩토리’를 지을 나라를 아시아에서 물색 중이다. 하지만 한국이 제시한 조건들이 동남아 경쟁국에 비해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아 유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테슬라 측에 설비투자에 대한 25% 세액공제, 외국인 연구개발(R&D)·인건비 투자액의 최대 50% 현금 지원, 취득세 5년간 감면 등의 조건을 테슬라 측에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싼 전기요금, LG에너지솔루션 등 글로벌 배터리 업체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한다. 문제는 실제 혜택이 겉보기처럼 크지 않다는 점이다. 25% 투자세액공제는 올해만 적용될 뿐 내년부터 15%로 낮아진다. 투자액 50% 현금 지원도 ‘정부 예산한도 내에서’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올해 관련 총 예산은 500억 원으로 크지 않고 그마저도 여러 기업에 나눠서 지원된다.
이에 비해 동남아 경쟁국들은 기가 팩토리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 조건을 내놓고 있다. 유력 후보인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공장을 짓는 기업에 최장 20년간 법인세 100% 면제, 이후 2년간 50% 감면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차를 팔 때 붙는 부가가치세도 11%에서 1%로 깎아주기로 했다. 인구가 한국의 5배가 넘고,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 매장량은 세계 1위인 것도 강점이다. 태국 역시 자국 투자 전기차 기업에 8년 이상 법인세 면제 조건을 내걸었다.
세계 각국은 지금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국은 세계 5위 제조업 강국이지만 갈등적 노사관계, 수도권 규제 등 핸디캡이 적지 않다. 동남아 국가와 벌이는 경쟁에서도 더 공격적인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부 지원을 기업 특혜로 보는 낡은 시각에서 탈피해 미래를 향한 투자로 볼 필요가 있다.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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