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 투자 P2E가 뭐길래
15억 원이나 싼 코인으로 교체… 거액 날렸나, 자금세탁인가
P2E 붐 일었으나 신뢰 잃어… 게임사만 쉽게 돈 번다 비판도
코인 발행-유통 규제 목소리… 정보 비대칭 막아야 시장 성장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이 된 김남국 의원은 최소 41개 종류의 코인을 거래했다. 이 중 15종은 돈 버는 게임(P2E) 코인으로 주요 투자 대상이었다. 게임사 위메이드가 만든 위믹스의 경우 2022년 1∼2월경 최대 127만 개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가치로는 최대 100억 원까지 본다. 넷마블의 마브렉스도 2022년 4월 21일부터 단기간에 10억 원 가깝게 매수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상자산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435만 명 중 900명(0.02%)이었다. 한 번에 수억∼수십억 원씩 투자하는 자산 규모나 거래 빈도로 보면 김 의원을 가상자산 투자업계의 ‘큰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이다. 김 의원 코인 거래 의혹과 그가 주요 투자자산으로 삼은 P2E는 무엇인지, 문제점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짚어본다.》
● 위믹스를 왜 쓰레기 코인으로 바꿨나
김 의원이 자금 출처와 현금화 여부 등을 몇 차례 해명했지만 오히려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명확한 것은 김 의원이 2022년 1∼3월에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지갑에서 업비트 지갑을 거쳐 카카오의 클립 지갑으로 100만 개 가까운 위믹스를 이체했다는 점이다. 이는 3월 25일 트래블 룰(실명거래 확인)이 실시되기에 앞서 큰손들이 빠져나가고 있던 시점이다. 갑작스러운 대량 거래가 의심스러웠던 업비트는 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했다. FIU는 검찰에 이첩했고 검찰은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김 의원은 처음에 가상자산을 현금화한 것은 400여만 원에 불과하다고 했다가 나중엔 전세자금 8억 원을 가상자산을 팔아 충당했다고 번복했다. 언제, 어떻게 현금화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의아한 건 지난해 2월 36억 원 상당인 위믹스 코인 51만여 개를 21억 원 상당의 클레이페이 59만 개로 교환한 것이다. 클레이페이는 당시 출시 한 달도 안 된 신생 코인. 현재 클레이페이 가격은 0.00005원 수준이어서 발행만 해놓고 손 뗀 ‘먹튀 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 만약 이 거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김 의원은 단 한 번의 거래로 15억 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김 의원이 거짓 정보에 속아 수십억 원을 날렸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당에선 자금세탁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국내 코인 중 잘나가던 위믹스를 이름도 없는 신생 코인과 맞바꾸는 거래는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위믹스와 클레이페이를 교환해준 플랫폼 업체가 위믹스를 거래소에서 현금화하고 수수료를 제한 뒤 다시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법을 쓴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김 의원이 이런 방식을 썼다면 최소한 10억 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쥐었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김 의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 의원의 또 다른 의혹 거래로는 스타트업인 ‘멋있는사자처럼’의 메콩코인 거래다. 김 의원은 메콩코인 상장 나흘 전인 2022년 2월 16일 매수해 사흘 만에 153%가 올랐다. 상장만 하면 일단 가격이 급등하던 버블 시절인데 상장 직전 사들인 것이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지만 타이밍이 절묘해 석연치 않다는 의문은 남는다.
● P2E 합법화 로비 의혹이 이는 이유
김 의원은 투자의 주력 상품으로 P2E 코인을 이용했다. P2E는 게임을 플레이하면 가상화폐나 대체불가토큰(NFT)을 보상으로 주는 게임이다. 2020년 발행한 위믹스의 경우 P2E용으로 출시한 ‘미르4: 글로벌’의 자원인 ‘흑철’을 모아 오면 위믹스로 바꿔 준다. 게이머는 이를 거래소 지갑으로 이체한 뒤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위믹스는 2021년 블록체인 생태계의 메타버스가 인기를 끌고 가상자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넷마블 컴투스 등 주요 업체들도 대거 뛰어들었다. 위믹스는 ‘미르4: 글로벌’이 동시 접속자 13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자 200∼300원대를 오르내리던 가격이 2만8000원까지 100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게임을 P2E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게임산업법 32조에 따라 게임을 통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현금으로 바꿀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체들은 국내에선 일반 게임 버전으로 내놓고, P2E 버전은 글로벌 시장에만 출시했다. 코인 자체가 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금지해놓은 것이다. 다만 거래소를 통하거나 개인 간에 사고팔 수는 있다. 만약에 규제 완화를 명목으로 합법화된다면 P2E 코인의 가치는 날개 돋친 듯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P2E 합법화를 위해 게임업체들이 정치권에 로비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의원이 지난해 2월 대선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온라인소통단장을 맡아 ‘NFT를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출시하겠다’고 나섰다. 이때 위믹스 가격이 일시 반등하기도 했다.
게임업체들의 로비를 주장해 온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P2E 합법론자들이 게임을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과 결합시킨다고 하지만 게임사가 가상자산 발행에 골몰하는 것은 결국 게임머니의 현금화”라며 “‘게임머니-코인-현금화’ 전환이 가능해지면 발행사인 게임업체가 손쉽게 이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투명하고 합법적 거래를 했다” “게임업체로부터 코인을 받은 적이 없다”며 로비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위메이드는 사실무근이라며 위 협회장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 투전판 같은 투기 막을 규제 필요
지난 몇 년간 국내 코인 시장은 정부의 방치와 무규제 속에서 사기와 투기가 난무하는 혼돈을 겪어 왔다. 동국대 박선영 경제학과 교수는 “트래블 룰이 시행되기 전인 2021년, 2022년 초까지 이미 해먹을 사람은 다 해먹고 튀었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 논란이 된 것이 무엇이든 그때 저질러진 혼돈과 사기의 일부가 이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해 입법을 앞두고 있다. 가상자산을 포괄하는 법안이 아니라는 점에선 한계가 많다. 하지만 이 법이라도 제정돼야 현재 코인 시장에서 횡행하는 시세 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법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요 내용은 불공정거래를 하면 1년 이상 징역형, 이익 또는 손실회피액의 3∼5배인 벌금을 물리는 것 등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가상자산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암호자산시장법’을 만들어 2026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업체는 허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고, 자격을 취득해야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금세탁 의혹이 생기면 정부가 거래 추적을 하고 거래 원천 차단도 할 수 있다. 테라 루나처럼 달러 등 법정화폐와 일대일 비율로 교환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자산의 100% 이상을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발행부터 유통까지 촘촘하게 규제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가상자산 거래에서의 시장 기능 회복이다. 지금의 가격과 거래량이 과연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에 기반해 매겨지는지 의문이다. 투자자는 단기적 투기 목적으로 깜깜이 투자를 하고 있다. 발행사도 코인을 내놓기만 하고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는 대신 내부 정보를 이용한 시세 조종에 몰입한다. 최근 강남 납치살인 사건을 불렀던 퓨리에버 코인 사건도 매집을 통해 시세를 조종하려 했다가 탈이 난 것이다. 거래소는 수수료 수입을 챙기느라 코인의 거래 적합성 등을 외면하고 있다. 한 거래소의 경우 직원이 뒷돈을 받고 상장 편의를 봐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되기도 했다. 현재 정무위를 통과한 법은 사후 대처일 뿐이다. 건전한 시장으로 발전하려면 유럽 수준의 엄격한 잣대로 발행과 유통을 규제해 투자자들이 정보의 비대칭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하루 거래대금이 3조 원에 달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거대한 투전판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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