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돈줄이 막힌 건설사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부채비율이 재무위험 수준인 300%를 넘어 빨간불이 들어온 건설사가 1년 새 두 배로 늘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기 버거운 건설사들도 적잖다. 분양시장이 얼어붙은 지방의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불길이 금융권 전반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동아일보가 도급 순위 300위 내 건설사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분석해보니 부채비율 300%를 넘는 건설사는 22곳으로, 10곳이었던 2021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건설사 10곳 중 6곳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전년보다 늘어났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한 건설사는 826곳이다. 이 중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종합건설사는 111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급증했다.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분양시장 침체의 영향이 크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다. 3월 말 기준 미분양은 7만2104채로, 3개월째 위험선인 7만 채를 웃돌고 있다. 올해 안으로 10만 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고금리로 PF 대출 이자 부담은 큰데 각종 개발사업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건설사들을 옥죄고 있다.
건설사의 연쇄 부도는 실물 경기 및 금융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건설업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5.4%를 차지하고 있고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도 크다. 한국 금융의 약한 고리인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0조 원에 이른다. 특히 증권사 PF 대출 연체율은 10.4%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건설사들이 비용 부담으로 사업을 중단하면서 2∼3년 후에는 주택 공급이 부족해져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업계가 자금난에 빠진 것은 부동산 호황기에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투자를 벌인 탓이 크다. 외부에 손을 벌리기에 앞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다고 건설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을 무작정 방치할 수는 없다. 자구 노력을 전제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옥석을 가리고 부실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 건설사의 위기가 자칫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집값 불안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면밀한 모니터링과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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