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휩싸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25일 사퇴했다. ‘소쿠리 투표’와 아들 특채 논란으로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물러난 지 14개월 만에 이번엔 사무처의 1, 2인자가 한꺼번에 물러나는 초유의 일이 ‘헌법상 독립기관’에서 벌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에 채용된 사실이 알려진 선관위 전·현직 간부는 6명이다. 이들 중 4명은 4촌 이내 친족이 채용될 경우 신고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도 지키지 않았고, 박 총장과 김 전 총장은 본인 자녀들의 채용을 ‘셀프 결재’했다. 하지만 누구도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지난해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감사원 감사를 거부한 채 자체 감사를 했다. 헌법상 지위를 명분으로 외부 감시를 피하고 ‘그들만의 채용 천국’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선관위는 간부 자녀 경력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자체 특별감사는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투톱’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위기의식을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채용과 관련된 특혜 의혹은 선관위 스스로 조사하고 결론을 낸다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수사를 통해 채용 과정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따져 봐야 위법 여부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박 총장의 딸은 채용 이후 6개월, 송 차장의 아들은 1년 3개월 만에 승진하는 등 자녀 6명 중 5명의 직급이 올라갔다고 한다. 승진 과정에서 유무형의 영향력이 행사됐는지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외부 감시의 눈길이 잘 미치지 않는 다른 기관에서도 유사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란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철도 관련 공공기관 대표가 처조카를 부정 채용하도록 지시한 것이 밝혀져 재판에 넘겨지거나 지방국립대 병원 사무국장이 아들을 병원 직원으로 채용했다가 임용이 취소되는 등 ‘아빠 찬스’ ‘가족 찬스’ 의혹이 제기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강원도 제주도 등 지방공기업들에 자격 미달 응시생이 합격한 사례 등이 다수 적발되기도 했다. 감시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공직사회에서 ‘그들만의 천국’이란 소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