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전까지 여야 의원 200명으로부터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서명을 받아 정치개혁을 실현하겠다.”(2월 1일 김진표 국회의장)
“5월 중순까지는 (선거제 개편) 단일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4월 14일 김 의장)
“6월 말 전에 (선거제 개편) 안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5월 22일 김 의장)
내년 4·10총선의 규칙을 정하는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김 의장의 발언들이다. 선거제 개편 목표 시점이 4월도, 5월도 넘겨 6월까지 늦춰진 것. 이대로라면 “7월에는 선거제 개편을 마무리 짓겠다”는 다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물론 선거제 개편이 늦춰지는 걸 두고 김 의장을 탓할 순 없다. 김 의장은 선거제 개편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정작 선거제도를 의결할 국회의원들이 선거제 개편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 의장이 이끄는 국회 사무처는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4월 김 의장은 여야를 강하게 압박해 19년 만의 국회 전원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나흘 동안 진행된 전원위에서는 100명의 여야 의원이 선거제 개편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밝혔다.
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꾸렸고, 시민참여단은 2주간의 숙의 과정을 거쳤다.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원들과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모두 나온 셈이다.
이제 남은 건 의원들의 결정, 현실적으로는 여야의 담판뿐이다. 선거제 개편은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표결해야 법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도 다급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대표끼리 밥 먹자는데 거절했다” “차라리 정책 토론을 하자” 등의 신경전은 오가도 “빨리 선거제 개편 논의를 마무리 짓자”는 말은 그 누구도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선거제 결정이 늦어질수록 현행 제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큰 폭의 변화가 도입되면 현역 의원들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거제 개편이 계속 미뤄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다당제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위성정당이 다시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2020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했던 여야가 또 꼼수를 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건 여야가 하루빨리 선거제 개편 담판에 나서는 것뿐이다. 중대선거구제 등 큰 의제가 이견이라면 의원 정수 문제, 위성정당 폐지 등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합의하고 시작하면 된다. 이번에도 선거제 개편에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정치권과 유권자 간 불신의 벽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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