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엄마가 찾아왔다. 아이가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해서 해야 할 일을 많이 빼먹는 편이라고 했다. 하루 일과 중에서는 해야 될 과제도 있고, 하고 싶은 놀이도 있다. 학원에 다녀와야 하는 것도 있다. 이럴 때 아이는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할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잘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대략 얼마나 걸릴지 예측을 못해서 그냥 닥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한다고 했다.
주의집중력이 좀 부족한 아이일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우선순위로 둔다. 하기 싫은 공부나 숙제를 하라고 하면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아 자꾸만 뒤로 미루면서 나중에 하겠다고 한다. 또 주어진 시간과 해야 될 과제의 종류, 필요한 시간 등에 대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본 경험도 없고 계획성도 없다 보니 “다 할 수 있어요”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그것도 금방 싫증을 느끼거나 어려워해서 진전이 없다.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다. 실천하면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그러면서 중요한 일에 대한 감을 잡게 되고 우선순위를 정해 체계적으로 처리해 가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평소 자신만의 계획표를 만들어 보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먼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해 보게 한다. 하고 싶은 일에는 놀이도 포함시킨다. 다음은 아이가 스스로 적은 항목들에 각각 예상 소요 시간을 적게 한다. 보통은 놀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시간이 모자랄 수 있다. 이럴 때는 일들의 순서를 정해 보라고 알려준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중요한 순서대로 스스로 정하게 한다. 부모가 생각하기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아이는 1순위로 정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일단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므로 고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실제로 실천하면서 우선순위를 잘못 정했다는 것을 깨치게 된다.
계획표는 꾸준히 실행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계획표대로 실천해 보면서 예상했던 시간과 실제 걸리는 시간이 차이 나게 되기도 하고, 우선순위를 잘못 정하면 앞뒤 일을 연결하기가 매끄럽지 않다는 것 등을 알게 된다. 이를 통해 자기 자신과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부모는 조언은 하되, 비아냥거리지 않는 것이다. 아이와 의논하는 태도로 “이 시간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식으로 피드백을 준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 시험 시간표가 발표되었을 때 어느 과목을 먼저 공부해야 하고, 시간을 얼마나 배분해서 공부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 있다. 시험인 경우 부모는 아이가 시험을 잘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초조해져서 일일이 계획을 짜 주거나 “이렇게, 이렇게 해라” 하고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아이가 스스로 계획하는 습관을 가지기 어렵다.
처음에는 부모가 자세히 계획표를 짜는 것을 알려주지만, 반드시 아이와 함께 해야 한다. 아이가 좀 익숙해지면 혼자 계획을 세워 보게 한다. 답답하다고 중간에 개입하거나 아이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기다린다. 부모가 하라는 대로 했을 때에는 좋은 결과가 나와도 자기가 한 것이 아니라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 또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아이가 부모 탓을 할 수도 있다. 계획을 세울 때에는 당장 점수를 잘 받게 하는 데 연연해서는 안 된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계획으로 만들고 실천해 보는 것을 배운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과가 나왔을 때 그 결과를 가지고 아이와 함께 처음 세웠던 계획을 점검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다음 번 계획을 세울 때는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점검한다.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는, 이전에 함께 의논했던 것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기 직전에 아이에게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계획을 세울 때 중요한 것은 그 계획이 실천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종종 욕심이 앞서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지 생각하지도 않고 계획만 매일 열심히 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 계획대로 실천할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열심히 해도 결과가 좋지 않아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가 세우는 계획도 마찬가지다. 세우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아이가 해낼 수 있는 정도의 계획을 세우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 그날의 계획대로 미처 하지 못한 일과를 보충할 수 있도록 여유 시간을 좀 두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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