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에서 후진하던 차량에 치인 70대 구모 씨가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표류’하다가 숨졌다.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가까운 아주대병원을 시작으로 병원 12곳에 치료를 요청했다. 이 중에는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해야 할 권역외상센터나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설치된 대형 병원도 7곳 있었다.
이들 병원은 ‘병실이 없다’ ‘전문의가 없다’는 등 이유로 수술을 거절했다. 구급대는 수소문 끝에 사고 현장에서 100km 떨어진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급히 이동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사고 발생 138분이 지난 뒤였고 구 씨는 숨진 상태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당시 이 병원보다 가까운 곳에 구 씨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35km 떨어진 국군수도병원에는 외상외과 전문의 2명이 당직을 서고 있었고, 민간용 중환자실 병상도 4개 비어 있었다. 60km 거리에 있는 서울의 병원 2곳도 수술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119구급대가 문의한 병원 가운데 이 병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의료진과 병상의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119와 공유되는 ‘병상 상황판’을 통해 각 병원의 병상에 여유가 있는지는 볼 수 있다. 하지만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119구급대가 응급처치를 하면서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서 국군수도병원 등에는 미처 연락할 생각을 못 했다”고 했다.
119 및 응급환자와 의료 인력·인프라를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있는 의료 자원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빈 병상과 의사를 두고도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비극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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