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어제 ‘2023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금리 인상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은 한국에도 조기경보를 울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 안정을 위해 당국의 규제 강화와 신뢰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공포가 공포를 부르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SVB 파산은 금리 인상 대비에 소홀했던 은행의 방만 경영과 규제당국의 감독 실패 결과이지만, 예금자들이 뱅크런을 우려하면 다른 은행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가계·기업 빚이 급증하고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는 한국 금융시장도 살얼음판 상황이다. 4월 저축은행 2곳에서 예금 인출이 중단될 거라는 악성 루머가 돌기도 했다. 잘못된 소문이 공포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은행이 지급 능력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적했다.
부동산 금융 부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은 2025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1조5000억 달러인데, 금리 인상과 부동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지역은행 부실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도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10%를 넘어서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규제당국이 각 금융사의 위험 노출 정도를 판단해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약한 고리가 한번 터지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이 금융의 생리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조언대로 금융권은 선제적인 자본 확충으로 건전성을 강화하고 부동산 PF 등 약한 고리로 지목받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신뢰 방파제’를 높여야 한다. 당국도 금융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잠재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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