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출시된 ‘타다 베이직’은 스마트폰 앱에 출발지와 도착지, 시간을 입력하면 11인승 카니발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 호출 서비스였다. 얼핏 보면 택시 호출 앱과 비슷하지만 회사가 배차를 정해 기사가 딸린 렌터카를 보내주는 방식이 달랐다. 당시 관련법에서 11인승 이상은 기사와 차량을 함께 빌리는 걸 허용했는데, 이 틈새를 파고든 신개념 사업 모델이었다. 일반 택시보다 비쌌지만 승차 거부가 없는 데다 친절한 서비스, 넓고 쾌적한 공간이 입소문 나 1년여 만에 이용자 170만 명을 끌어모았다.
▷타다의 흥행은 즉각 택시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타다 퇴출’을 외치며 택시 기사가 분신했다. 택시조합 등이 2019년 “타다가 불법 콜택시 영업을 한다”며 회사와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택시업계 손을 들어 그해 10월 경영진을 재판에 넘겼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설 수밖에 없는 신산업을 기존 법률로 무리하게 기소한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앞서 80여 개국에서 성업 중인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를 불법 영업으로 기소했던 검찰이었다.
▷1·2심에 이어 대법원은 그제 타다의 불법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타다는 콜택시가 아니라 당시 법령에서 예외를 인정한 렌터카 서비스였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4년 만에 ‘불법 꼬리표’를 뗐어도 예전의 혁신 서비스를 부활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다음 달인 2020년 3월, 여야 정치권이 일명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키며 대못을 박아버렸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택시 기사 25만 표, 가족까지 포함해 100만 표를 의식한 결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할 정부는 보이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는 오히려 개정법이 ‘타다 진흥법’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현재 택시를 제외한 모빌리티 서비스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 사이 국민에게 돌아온 건 지독한 택시 대란과 요금 인상이었고, 남은 건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 카카오의 독점이다. 혁신의 싹을 자르면서 보호하려고 했던 택시 산업은 요즘 택시 기사조차 이탈하는 황무지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제2, 제3의 타다가 속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법률 서비스, 세금 환급, 원격 의료, 부동산 중개 등 각종 분야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인 스타트업들이 기존 사업자의 반발에 가로막혀 고전하고 있어서다. 대법원 판결 직후 타다 모델을 만든 이재웅 전 대표가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했는데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제2의 타다가 현실화된다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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