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3년간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공공분야 입찰담합이 71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기간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전체 담합 사건 162건 가운데 44%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 70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공공기관 조달계약 시장 곳곳에서 업체들이 서로 짜고 가격을 올리면서 제 잇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담합에 참여한 업체들은 어느 회사가 낙찰을 받고 누구는 들러리를 설지, 가격은 얼마로 써서 낼지 등을 미리 정한 뒤 입찰에 참가한다. 저가 경쟁을 피하고 안정적으로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법을 어기는 것이다. 그 결과 공공기관은 정상적인 경쟁을 통한 입찰보다 비싼 가격에 물품을 구매하게 된다. 이는 해당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에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담합으로 가격이 오른 만큼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 전기료, 가스료 등 공공요금 인상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공공기관에서는 주로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물품을 다룬다. 지금까지 적발된 입찰담합 사건을 보면 한국철도공사가 발주한 철도 침목, 한국도로공사의 도로 유지 보수 공사,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맨홀 뚜껑 등이 포함돼 있다. 시장경제 원리대로라면 기업들이 기술 개발 경쟁을 통해 원가는 낮추고 품질은 우수한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짬짜미가 관행화돼 업체들이 돌아가면서 납품을 하면 경쟁을 할 이유도, 기술을 개발할 이유도 없어진다. 결국 질 낮은 제품이 공급되면서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커지게 된다.
이대로 방치하면 앞으로도 공공기관 입찰에서 담합을 비롯한 불법·편법 수단이 판을 칠 소지가 크다. 한국전력공사 등 14개 공공기관은 1일 입찰담합 관여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자율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정위가 감시 수위를 한층 높이고 수사기관에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몇몇 기업의 배를 불리느라 혈세가 낭비되고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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