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의 인생홈런]서울대 출신 ‘캐넌 슈터’ 황보관 “공부하니 운동은 더 즐거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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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커피숍 앞에서 카메라 앞에 선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 건강미가 드러나는 선한 얼굴을 가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서울의 한 커피숍 앞에서 카메라 앞에 선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 건강미가 드러나는 선한 얼굴을 가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4월 2일 경남FC와 김천 상무의 K리그2 경기에서는 모처럼 서울대 출신 선수가 탄생했다. 경남FC 신인 공격수 유준하(22)가 주인공이다.

서울대 출신 프로축구 선수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58)이다. 원래 그는 공부와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하지만 책 읽기를 권한 한 선생님의 조언이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그는 “처음엔 읽기 쉬운 소설로 시작했다. 공부에도 점점 재미를 느끼게 됐다”며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공부로도 인정을 받으니까 운동이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1988년 유공에 입단한 그는 그해 7골 5어시스트로 신인왕에 뽑혔고 국가대표에도 선발됐다. 그는 “‘서울대 나온 애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내겐 큰 동기부여가 됐다. 더 독한 마음으로 뛰었다”고 했다.

황보관 하면 떠오르는 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나온 ‘캐넌 슛’이다. 최순호가 살짝 밀어준 공을 오른발로 강하게 차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시속 114km로 당시까지 월드컵에서 기록된 가장 빠른 슈팅이었다.

1995년엔 일본 오이타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996년과 1997년에 선수로 뛴 뒤 유소년 구단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수석 코치를 거쳐 2005년엔 감독까지 맡았다. 이후 프런트로 변신해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2008년 오이타는 나비스코컵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FC서울 감독을 지냈고 2011년 대한축구협회에서 행정가로 변신했다. 현 직책인 기술본부장은 국가대표 선발과 지원, 지도자 육성 등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건강관리만큼은 거르지 않는다. 일주일에 세 번은 한 시간가량 일찍 출근해 코어를 중심으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한다. 집에서 쉴 때는 아내와 함께 집 인근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을 한 시간 내외로 걷곤 한다. 6년째 서울대 축구부 OB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한 달에 한 번은 공을 찬다. 동호인 축구라고 해도 부상 방지를 위해선 평소에 꾸준히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심한 승부의 세계에 수십 년째 몸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온화한 얼굴이다. 그는 “어떤 일이든 발전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시간이 될 때마다 국내외로 여행을 다닌다. 요즘엔 커피와 와인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감독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육성 전문가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는 “야인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축구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또 하나의 미래는 ‘제2의 고향’인 오이타에 집을 장만한 뒤 지인들을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 온천 지역인 오이타는 골프와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양국을 오가며 좋은 분들과 인생을 함께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캐넌 슈터#황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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