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 ‘인천 이마트 현수막’이 키워드로 돌았다. 인천의 한 대형마트 앞에 걸린 ‘직접 계산하면 싸게 주나요? 고객에게 일 시키고 계산원 줄인 그 이익은 누가 봅니까?’ 등의 현수막 사진이 화제에 오른 것. 고객이 직접 계산하는 셀프계산대가 확산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이 내건 항의의 표시였다. 기술 발달과 그로 인한 일자리 축소의 문제로만 볼 수도 있겠지만 기업은 직원과 고객 사이에 자연스럽게 발생했던 상호작용의 기회가 축소되며 나타나는 문제가 없을지 함께 살펴야 한다.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고 무인포스기에서 결제하는 일이 흔해지면서 고객이 직원과 눈을 맞추거나 짤막하게라도 대화를 나누는 순간들이 사라지고 있다. 직원을, 그리고 그가 하는 일을 보지 못하는 고객은 그 업무의 가치를 실감하지 못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라이언 뷰엘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내가 가진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이 어떻게 일하는지 직접 보는 고객은 그 일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주방장이 음식 만드는 모습이 훤히 보이는 식당에 더 큰 신뢰와 호응을 보내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른바 ‘운영 투명성(operational transparency)’ 효과다.
고객을 만나지 못하는 직원 역시 의욕을 잃는다. 다른 사람을 돕거나 삶이 변하게 하면서 무엇엔가 기여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오는 기쁨이 사라진다. 고객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얻던 학습과 개선의 기회도 날아간다. 사실 직원은 기업이 가장 먼저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할 1차 고객이다. 일부 학자는 직원 경험이 곧 고객 경험이라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어떤 기업이 직원의 발전과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외부에서 기업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소비자의 제품 구매 욕구가 높아지고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올라간다. 의류업체 알타그라시아가 도미니카공화국 노동자들에게 최저 생활비를 보장하는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내용의 영상을 매장에 틀어놨더니 제품 구매가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PwC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와 직원 모두에게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고 여기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최대 16%의 프리미엄을 얹을 수 있다. MIT 연구에서는 직원 경험이 우수한 기업에 대한 순고객추천지수(NPS)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보다 두 배나 높다고 나온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자동화는 일하는 방법과 장소는 물론이고 일에 필요한 인간 노동력의 수와 그 가치, 나아가 일 자체의 효율성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술 발달에 힘입어 비즈니스의 수많은 과정을 자동화한 기업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일자리를 없애고 직원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찾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단절되면 고객은 기업 활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직원은 사람을 통해 생생하게 얻던 성취감을 잃는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것 사이의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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