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00억 달러 수준인 서비스 수출을 2030년까지 2500억 달러로 늘려 세계 7위 서비스산업 강국에 올라서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그제 서비스산업 발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콘텐츠, 보건의료, 관광 등 유망 분야에 5년간 64조 원의 수출 금융을 공급하는 등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내수 위주인 서비스업의 수출을 활성화해 한국 경제의 기둥인 제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은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지만 한국의 서비스업 경쟁력은 제조업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전체 수출액 중 서비스업 비중은 30년 넘게 15% 안팎에 머물고 있다. 서비스 수출액 순위는 세계 15위로, 6위인 제조업에 비해 위상이 크게 떨어진다. 서비스수지는 2000년 이후 올해까지 24년째 적자 행진이다. 2020년 기준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5위에 그친다.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제자리걸음을 맴돌면서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음식·숙박업 등 저부가가치 업종에 몰려 있고 규모도 영세해 제조업에서 밀려난 인력을 흡수하는 역할에 그친다. 국세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2017년에서 2021년 4년 사이에 180만 명 넘게 늘었지만, 같은 기간 연평균 소득은 계속 줄어 2021년 1952만 원으로 2000만 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런데도 서비스산업 육성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표류하고 있다. 2011년 12월 발의된 이후 특히 ‘의료 민영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부딪혀 12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비스업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연구개발(R&D) 성과에 대한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게 기본법의 핵심 내용이다. 정부 차원의 종합 지원대책이 시급한데도 기본법이 부재하니 체계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산발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면 제조업의 단발 엔진으로 버티는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강력한 엔진을 달 수 있다. 역대 정부가 모두 ‘서비스업 활성화’의 기치를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법조차 처리하지 못하면 공수표로 그칠 수 있다. 2001년 이후 30여 차례의 서비스산업 관련 대책이 나왔지만 크게 바뀐 게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서비스업을 혁신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이 시급하다. ‘세계 7대 서비스 강국’이 또 한 번의 요란한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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