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우주개발 전성시대인 것 같다. 달 탐사선 다누리가 달 궤도에 안착했고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 사업도 시작됐다.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이어 지난달 25일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했고 정부 조직인 우주항공청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35년간 발사체를 연구하면서 과학로켓 5회, 나로호 3회, 누리호 3회 등 총 11회 발사에 도전했고 총 4회 실패를 경험했다. 발사 성공률은 63.6%로 국가 연구개발사업 성공률 98%에 비하면 많이 낮다. 게다가 발사 실패에 따른 우리 사회의 평가와 비판은 가혹했다. 정부와 국회의 조사와 감사, 입 전문가들의 비판, 언론과 국민의 질타 등 실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실패가 예견되는 도전이었지만 막상 실패하면 그 실패는 용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극복하고 세계 일곱 번째로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 나로호 개발을 통해 독자 발사 역량을 쌓았고 이를 토대로 누리호 발사에도 성공했다. 누리호 주 엔진인 75t 액체엔진은 나로호 개발 당시 액체엔진 국산화를 목표로 선행 연구했던 30t급 액체엔진이 토대가 되었고, 지금은 우주 선진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추력 100t급의 차세대발사체 액체엔진이 개발되고 있다.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극한 기술이지만 과감하게 연구개발에 뛰어들면 결국 그 기술을 쥐게 된다. 비록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모험적 연구에 도전해야 하는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실패를 위로하고 용인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실패는 아직도 우리의 연구개발 현장에서 날카로운 비수로 작용한다. 연구개발 능력을 의심받고 재기(再起)하기도 쉽지 않으며 사회적 상실감이나 패배감에 빠져들게 한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넘쳐나도 연구자에게는 실패할 권리와 자유는 없다. 이렇다 보니 일부 연구자는 실패가 두려워 수준 낮은 주제를 선정하거나 성공이 예견되는 아이템을 찾아 분식(粉飾) 연구를 하기도 한다. 성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것이 아니라 성공으로 보이도록 포장하는 기술을 궁리한다. 세금이 들어가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국가 연구자가 지녀야 할 무거운 책임 의식도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면 98%의 높은 성공률은 너무 당연한 수치일지도 모른다.
또 산업체가 담당해도 충분한 일을 아직도 국가 연구소가 지속하고 있다. 실패하지 않을 목적으로 기획되고 수행된 국가 연구개발사업과 산업체의 요구 수준에 한참 미달하는 연구 결과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잘못된 국가 연구자를 탓하지 않을 수 없으며 잘못한 사람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한편,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기형적인 추진 구조가 개선될 수 있도록 과감히 바꿔야 한다. 그리고 실패할 수 있는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연구자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어야 진짜로 국가에 필요한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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