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아시아태평양 그룹 단독 후보로 나선 한국은 192개 회원국이 참가한 6일 유엔총회 선거에서 180표를 얻었다. 1996년, 2013년에 이은 세 번째 선출이자 11년 만의 유엔 안보리 재진입이다. 이로써 한국은 내년부터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됐다.
유엔 안보리는 회원국에 대한 제재 결의와 군사적 개입 등 국제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유엔 내의 유일한 의사결정기구다. 핵심 기구에서의 토론과 표결에 한국이 다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북핵 저지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는 물론 유엔의 틀 안에서 한미일 3각 협력을 공고히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 유엔 안보리 무대에 오르는 한국은 과거와는 다른 역할과 임무를 요구받고 있다.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핵 위협 등으로 글로벌 안보 지형이 급변하는 시기다. 테러나 분쟁은 물론 기후변화와 사이버 안보, 보건 같은 신흥 안보 이슈들이 대두되면서 국제 공조를 필요로 하는 의제는 70개에 육박한다. 북한의 도발 대응에 급급했던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더 넓고 다양한 현안들로 외교 반경을 확대해야 이사국에 걸맞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과 러시아의 잇단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의 결정 체계가 무력화하는 현실적 한계를 부인하긴 어렵다. 북한이 각종 탄도미사일과 정찰위성 발사로 유엔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하고 있는데도 규탄 성명조차 도출하지 못한 게 안보리의 현주소다. 그럴수록 다른 9개 비상임이사국과 연대해 견제와 균형을 모색해 나가는 한국의 역할은 중요해질 것이다. 필요한 압박과 제재엔 동참하되 입장이 다른 주요국들과의 대화, 설득에도 나서는 유연한 외교를 펼쳐 보여야 한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자 유엔 분담금 규모는 9위에 올라 있는 주요 플레이어다. 유엔 안보리의 이사국 활동은 이런 한국의 영향력을 한 차원 높일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 될 것이다. 자유, 인권 같은 가치와 원칙을 바탕으로 각론에서는 실리적 해법을 끌어낼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다. 이를 통해 사실상 마비 수준이란 지적을 받는 유엔 체제를 소생시키는 데 있어서 국제사회의 기대를 뛰어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남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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