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기대주였습니다. 경력 직원 채용 시 유독 학벌을 중시하는 임원들 마음에 쏙 드는 스펙에 대기업 경험까지. 중견 기업에 지원해 준 것만도 고마웠는데… 막상 프로젝트를 맡겨 보니 이력서에 썼던 경험들이 모두 이전 동료들의 업적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경력상으로는 업계 베테랑이었는데 한 달 만에 내공이 들통나고 말았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은 다른 팀원들에게 떠넘기고 성과가 돋보이는 일만 해서 갈등을 자초하더라고요.”
경기 침체 이후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이직 관련 플랫폼 등 경력 채용 생태계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경영진이 장기적인 교육과 투자가 필요한 신입 사원보다 당장 현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기에 빚어진 현상이다.
문제는 앞서 소개한 채용 실패 사례처럼 기대주였던 경력 사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기존 조직 문화를 해치는 ‘빌런(villain·악당)’이 되는 사례가 꽤 흔하다는 점이다. 이 경우 채용 비용 등 금전적 손해뿐 아니라 ‘폭탄’을 떠안게 된 동료들의 고충까지 더해 유·무형적 피해가 상당하다.
노련한 인사팀과 임원들마저 경력직 채용에서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신입 채용에 비해 선발 시 짧은 검증 단계를 거치면서도 ‘완성형 인재’ 뽑기를 원하는 등 경력 채용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은 탓도 있다. 하지만 선발 과정에서 객관성에 천착한 나머지 학력, 경력, 근무 기간 등 ‘과거’를 기반으로 한 양적 평가에 집중하는 것이 패착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주요 연구들은 채용 대상자의 ‘현재’, 즉 태도(attitude)나 조직 융합 가능성, 실질적인 성과 등의 질적 평가가 부족한 것이 성공적인 경력 채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진이 수천 건의 관련 연구 가운데 81편의 핵심 논문을 추려 검증한 결과, 이전 직장에서의 근무 경력과 새로운 조직에서의 업무 성과 사이에 의미 있는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소개된 이 연구는 경력직 채용의 통념을 깨는 결과라 화제가 됐다. 연구진은 평판 조회나 심층 면접을 통해 평가 과정을 보완할 수는 있지만 이때에도 구체적인 경험과 대처 방법, 이를 통해 배운 점이 무엇인지를 묻는 ‘행동평가형’ 질문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구직자의 학력 및 경력이 업무 성과와 상관관계가 높지 않음을 증명한 아이오와대와 미시간주립대의 공동 연구에서도 구직자의 실력을 예측하는 데 가장 타당한 평가 요소로 실제로 맡게 될 업무를 한 번 시켜 보는 작업 테스트, 즉 질적 검증이 꼽힌 바 있다.
특히 질적 검증의 핵심은 달라진 업무 및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태도를 갖췄는지, ‘문화적 적합성(cultural fit)’을 찾는 데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낯선 환경에도 빠르게 적응하는 정신적, 지적 성숙함과 원활한 협업 태도를 핵심 자질로 지목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도록 채용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력’은 과거형이지만 ‘태도’는 현재형이다. 조직의 미래를 위한다면, 경력 직원 채용의 방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그 답이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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