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미러. 옆거울 정도로 바꿔 쓸 수 있는 이 단어를 모르는 운전자는 없겠다.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는 데 주로 쓰이지만 자동차에서는 다르다. 사이드미러는 옆 차선 뒤쪽의 상황을 살피는 데 꼭 필요한 장치다. 과거엔 운전석과 제법 떨어진 앞쪽, 앞바퀴 위 차체에 설치하는 이른바 ‘펜더 미러’가 대세였지만 요즘은 운전석과 조수석 옆에 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이드미러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분다. 카메라와 모니터로 사이드미러를 대체하는 디지털 사이드미러의 등장이다. 사이드미러 자리에는 작은 카메라가 놓이고 실내에는 이 카메라로 측후방의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는 소형 모니터가 달린다.
디지털 사이드미러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시야다. 현대차의 경우 기존 사이드미러에서 18도 정도에 그치던 시야각이 디지털 사이드미러에서는 29도로 넓어진다. 사이드미러로는 보이지 않던 사각지대를 좁히거나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밤이나 비가 올 때처럼 시야 확보 자체가 힘들 때도 유리하다. 주변이 어두우면 모니터가 밝아지고 거울과 달리 빗방울이 맺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외부 카메라가 기존의 거울보다 작으니 공기 저항도 줄어든다.
하지만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선택지로 제시하는 일부 모델에서의 실제 채택률은 아직 낮다. 아무래도 가격이 큰 장벽이다.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140만 원가량의 별도 비용을 요구한다. 사이드미러에 큰 불만이 없다면 선뜻 선택하기 힘든 금액이다. 고장이나 오작동 문제에서 불리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사이드미러라는 새로운 기술의 미래는 지켜볼 만하다. 많은 신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기술 진화와 비용 효율화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석 전면의 디스플레이가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고 자율주행 기술 구현을 위해서는 더 많은 디지털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디지털 사이드미러의 미래에는 ‘호재’다.
어두운 밤과 비가 쏟아지던 날에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직접 경험해 본 개인적인 소감은 ‘수십만 원 정도라면 선택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옆 차선을 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느껴졌다. 사이드미러의 단짝이라고 할 수 있는 ‘룸미러’는 어느새 중요한 역할을 후방 카메라에 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행 중에는 룸미러로 뒤를 살피지만 후진할 때는 뒤쪽 상황을 바닥까지 훤히 보여주는 후방 카메라가 필수라는 것이다.
전기차 기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유독 전기차에서 부각된다는 점도 재미난 대목이다. 아우디는 전기차 ‘이-트론’에 ‘버추얼 사이드미러’라는 이름으로 이 기술을 적용했고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에서만 이 옵션을 제공한다. 전기차처럼 미래지향적인 기술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이런 마케팅 역시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전통의 옆거울’을 공략하는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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