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말뿐인 집회소음 단속… 중지명령 400건에 현장 조치 단 1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9일 00시 04분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에서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통일당 주최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가 열렸다.
 약 2만2000명(경찰 추산)의 참가자가 2시간가량 집회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까지 행진하면서 일대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시민과 관광객 등은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송은석 기자 sliverstone@donga.com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에서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통일당 주최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가 열렸다. 약 2만2000명(경찰 추산)의 참가자가 2시간가량 집회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까지 행진하면서 일대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시민과 관광객 등은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송은석 기자 sliverstone@donga.com
지난해 경찰은 서울 광화문 인근 집회에서만 400건에 가까운 소음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확성기 압수 등 현장 조치를 한 건 한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소음 집회가 방치되다시피 했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나서도 집회 소음은 개선되지 않았다.

독일 프랑스 일본은 최고 소음도가 각각 59dB, 75dB, 85dB로 이를 넘기면 바로 처벌한다. 심지어 미국 등 영미법 국가에서는 확성기 같은 음향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경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95dB로 최고 소음도 기준이 너무 높은 데다 1시간에 3차례 이상 최고 소음이 95dB을 넘길 때만 처벌한다. 이러니 집회 주최 측이 1시간 동안 2번만 최고 소음을 넘기는 꼼수를 쓰기 일쑤다. 10분간 평균 75dB을 넘기면 처벌한다는 기준도 있으나 연속해서 10분만 넘기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쉽게 피해 갈 수 있다. 시위 현장에 있어 보면 경찰은 그나마 있는 기준마저 제대로 적용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대통령은 물러터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부터 바꾸고 경찰은 법 적용을 엄정히 해야 한다.

소음 규정을 위반해도 법원은 6개월 이하로 가능한 징역형은 선고하지 않고 50만 원까지로 돼 있는 벌금형 선고만 한다. 이러니 대형 집회에서는 벌금 낼 각오를 하고 집회 내내 최고 기준을 넘는 소음을 낸다. 벌금 수준을 좀 더 높일 필요는 있지만 소음 피해는 발생하면 회복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사후 처벌보다 현장에서의 단속 조치가 중요하다. 경찰은 소음을 낮추라는 경고만 반복할 게 아니라 위반 상태가 지속될 경우 확성기 전원을 차단하거나 전선을 끊는 등의 실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광화문 인근 대형 집회는 주로 세종대로를 점거하고 열린다. 세종대로는 집시법 시행령에 따라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주요 도로다. 차가 오가는 시끄러운 곳에서 집회를 하니 주최 측도 확성기의 출력을 높이려 한다. 소음 유발 없이는 원활한 집회가 어려운 곳의 집회는 가능한 한 불허하고 인근 광장 등을 활용해 소음 규정을 지키며 집회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광화문#집회#소음 중지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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