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양자혁명은 대학으로부터[기고/김재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1일 23시 55분


김재완 미래양자융합포럼 의장
김재완 미래양자융합포럼 의장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광통신 인터넷, 스마트폰 등에는 이미 양자물리학의 기본 원리들이 담겨 있다. 반도체 소자나 레이저광은 양자물리학을 몰랐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기술들이다. ‘1차 양자혁명’이 우리가 만끽하는 물질문명에 기여한 것이다.

‘1차 양자혁명’에선 말과 그림, 지식 등의 정보를 0과 1로 된 비트(이진수) 단위로 나타낸다. 이를 반도체 소자나 레이저광에 담아서 전송하거나 실생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1차 양자혁명을 뛰어넘는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서 등이다. 학계에선 이 같은 최첨단 기술 개발이 ‘2차 양자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2차 양자혁명에선 중첩과 얽힘 등의 성질을 이용해 양자정보를 생성한다. 이는 기존 디지털 기술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예를 들어 일반 컴퓨터는 양자물리학 원리에 기초한 반도체 소자가 사용되지만 양자컴퓨터라고 부르진 않는다. 디지털 정보만 다룰 수 있고 양자정보는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2차 양자혁명에선 양자 프로세서를 사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1경(京) 배 빠른 ‘초고속 연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양자 암호키를 사용해 통신 과정에서의 불법 정보탈취를 원천 차단하는 ‘초신뢰 보안’도 구현할 수 있다. 또 기존에는 측정 불가능했던 대상·영역까지 측정하는 ‘초정밀 계측’도 실현 가능하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양자기술은 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2차 양자혁명 관련 기술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양자이론, 초전도, 소재 등 다양한 기반기술은 물론이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전반의 기술 수준도 높지 않다. 해외 선도 기업들이 이미 초기 버전의 시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 기업들은 아직 투자 가능성을 탐색하는 수준이다.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산학연 역량 결집이 필수적이다. 국방·우주 분야처럼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 장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양자기술 선도국들은 약 15년 전부터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꾸준한 투자를 이어 왔다. 반면 한국은 나노와 디지털 기술에 만족하고 너무 오래 머물렀다.

한국은 1차 양자혁명 당시 막차에 올라탔지만 결국 디지털 강국으로 우뚝 섰다. 그 실력을 2차 양자혁명에서 다시 발휘해야 할 때가 왔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양자기술 관련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해 대학을 중심으로 장기적 관점을 갖고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며 양자기술을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 양자 분야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혁신연구센터 구축도 필요하다.

아직 양자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초창기에 불과하다. 양자기술 특화 지역을 선정하고 역량을 갖춘 대학을 중심으로 혁신연구센터를 만들어 교육과 연구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정부와 대학, 연구자들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한 때다.

#양자물리학#산학연 역량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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