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의 야경은 보랏빛이다. 해가 지면 남산서울타워는 보라색 조명을 켜고, 서울 한강변에서는 보라색 분수 쇼가 펼쳐진다. 13일 세계적인 보이그룹 BTS의 데뷔 10주년을 맞아 그룹의 상징색인 보랏빛 축제가 한창이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아미’들이 BTS 소속사 용산 사옥, 미국 유명 토크쇼를 찍은 경복궁, 연습생 시절 안무 연습을 했던 강남 학동공원을 ‘성지순례’하며 BTS의 10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BTS의 10년은 K팝을 넘어 세계 대중가요 역사를 다시 써온 10년이다. 신생 기획사의 ‘흙수저 그룹’이었지만 처음부터 세계 1위 미국 시장 공략에 목표를 두었다. 2020년 K팝 최초로 빌보드차트 핫100 1위에 올랐고, 빌보드 역사상 처음으로 영어 가사가 아닌 노래로 정상을 밟았다. 앞서 2019년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단독 공연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K팝 인베이전(침공)”이며 “BTS가 역사를 만든” 순간이었다. BTS 등장 이후 K팝 시장은 아시아에서 서구까지 확대돼 수출국이 2배 늘었고, 음반 수출액도 8배 넘게 증가하며 지난해 2억3100만 달러(약 2940억 원)를 넘어섰다. “BTS는 K팝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대왕 같은 존재”인 것이다.
BTS의 ‘소프트파워’가 유발한 국내 경제 효과는 10년간 42조 원으로 추산된다. 구글 검색량으로 측정한 BTS 인지도가 1%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외국인 관광객 수와 옷, 화장품, 음식 수출액이 0.18∼0.72%포인트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BTS의 특별함은 상업적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계 청년 대표로 세 차례 유엔 총회에 참석해 “변화에 겁먹지 말자”고 용기를 주고 “기후 변화에 관심”을 당부했다. 다양한 직업인과 여러 인종·세대와 함께 국제 수어로 춤추는 2021년 ‘퍼미션 투 댄스’ 뮤직 비디오는 코로나 시대 세계인을 위한 응원가였다. 영국의 비틀스가 ‘이매진’으로 반전을 호소했듯 힘을 모으면 팬데믹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 것이다.
BTS의 성공과 넷플릭스의 기회에 올라탄 K드라마 덕분에 한류는 이제 소수 마니아층이 아니라 전 세계 일반인들이 즐기는 주류 문화가 돼 가고 있다. 지난해 음원과 영상 등으로 벌어들인 수입과 지출을 비교한 이른바 ‘한류 수지’는 12억3500만 달러(약 1조5700억 원) 흑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재주꾼들이 세계를 울리고 웃기며 문화 영토를 더욱 넓혀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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