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최근 1급 국·처장 간부 7명에 대한 보직인사를 한 지 닷새 만에 번복하고 전원 직무 대기 발령을 냈다고 한다. 대통령실 검증과 대통령 재가까지 거쳐 임명이 공지된 국정원 고위 간부 인사 발령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안팎에선 인사 번복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원 개혁과 인사 방향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일어난 사태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원 초유의 인사 번복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0월 조상준 전 기획관리실장이 돌연 사직하면서 불거진 내부 갈등설에 이은 두 번째 인사 관련 파문이다. 당시에도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 측근인 조 전 실장과 외교관 출신인 김규현 원장이 내부 인사 문제로 번번이 부딪쳤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에는 김 원장의 최측근 간부가 수뇌부 간 소통을 막고 인사를 쥐락펴락했다는 전횡 의혹이 대통령실에 보고되면서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의혹의 당사자를 포함해 그 동기이거나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이 대거 승진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국정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갈이 인사가 관행처럼 이뤄져온 기관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인적쇄신이나 적폐청산을 내세워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집권 직후 1급 간부를 전원 대기 발령한 뒤 내부 승진자들로 전면 교체했고, 지난해 말에는 2·3급 보직 인사도 마무리했다. 그렇게 거듭되는 물갈이 인사에 내부 갈등과 불만이 없을 리 없다. 이번 1급 인사 번복도 지난해 밀려난 소외 세력이 반발하면서 일어난 사달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새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국가안보의 중추 기관이 내부 인사 시비에 흔들린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국정원은 어느 조직보다 소리 없이 흔들림 없이 일해야 할 정보기관이다. 그런 조직이 번번이 인사 홍역에 시달리는 데는 국정원을 정권 안보의 눈귀로 여기는 정치 권력, 거기에 편승한 국정원 내부의 정치화라는 구시대적 잔재가 여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부 ‘부역자’부터 도려내야 한다는 싹쓸이식 인사가 되풀이되는 한 비밀스러워야 할 조직의 소란스러운 잡음은 계속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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