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이 발견된 것은 지금부터 127년 전의 일이다. 1896년, 물리학의 많은 발견이 그렇듯 방사능은 우연히 발견되었다. 방사능이 발견되기 1년 전, 뢴트겐의 X선 발견이 그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빛’인 X선의 발견은 전 세계 과학자들을 흥분시켰다. 피부 안에 숨어 있는 뼈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상상조차 못 했던 새로운 빛이었기 때문이다. 발견된 다음 해에만 X선에 관한 논문이 1000편 이상 발표되었다. 상상해 보라. 당시 지구상에 대략 2000명의 과학자가 있었던 시절이었다. 노벨 물리학상 제1회 수상자가 X선을 발견한 빌헬름 뢴트겐에게 돌아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방사능을 발견한 과학자는 프랑스의 앙리 베크렐이었다. 그 역시 당시 대유행이던 X선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베크렐 집안은 3대에 걸친 물리학자 집안이었고, 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했다. 베크렐은 우라늄 염을 통한 X선 방출 실험을 진행하다가 X선과는 다른 새로운 빛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준비된 우연이었고 최초의 발견이었다.
처음에 베크렐의 발견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연구가 X선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퀴리 부부는 달랐다. 그들은 베크렐의 연구에 궁금증을 품었고, 우라늄뿐 아니라 다른 원소로 연구를 확대했다. 그 과정에서 퀴리 부부는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했고, 방사선을 방출하는 현상에 대해 최초로 ‘방사능(Radioactivit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 방사능 물질이 반으로 자연히 감소하면서 사라져 버리는 ‘반감기’라는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베크렐과 퀴리 부부는 제3회 노벨 물리학상을 나란히 수상했다. 방사능의 작은 단위는 베크렐, 큰 단위는 퀴리로 정해졌다. 최초로 발견한 과학자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다.
마리 퀴리는 방사능을 발견한 후 진단하기 어려운 질병으로 고통을 받았다. 아마도 방사능 물질을 광물에서 축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방사선에 조사당했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방사선 물질이 입을 통해서 체내로 들어갔을 것이다. 마리 퀴리는 67세까지 살았지만 오랫동안 병에 시달렸고 마지막에는 백혈병으로 죽었다. 그녀가 죽은 후 그녀의 실험 노트를 조사해본 결과, 엄청난 양의 방사선으로 노트가 오염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부엌에서 사용하던 요리책에서도 방사선이 지속적으로 방출되고 있었다.
방사능 물질인 라듐이 생물학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방사능 물질로 최초로 화상을 입은 사람은 방사능을 최초로 발견한 앙리 베크렐이었다. 그는 퀴리 부부가 만든 라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화상을 입었다. 마리 퀴리 역시 말년에 방사선 화상으로 손에 붕대를 감고 생활해야 했다.
연구실 위층 생명과학과에서는 방사선 물질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한다. 아주 미약한 방사선 물질이고 반감기가 몇 달 정도다. 이 물질은 굉장히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다른 방사선 물질인 세슘의 경우는 40개의 동위원소가 있는데 반감기가 길게는 230만 년에서 짧으면 1시간 미만이다. 방사선이 발견된 지 127년. 우리는 아는 것보다 아직 모르는 과학적 사실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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