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에스컬레이터의 유지·보수를 담당한 A사가 최근 3년간 3차례 과징금 및 과태료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분당선을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런 사실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올해 초 A사와 계약을 갱신했다고 한다. 코레일은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고, 업체는 에스컬레이터를 부실하게 점검한 결과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 사고는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춰 섰다가 거꾸로 내려가면서 시민 14명이 넘어져 다친 것이다. 조사 결과 에스컬레이터의 모터와 감속기를 연결하는 부품이 마모된 것이 원인이었다. A사는 지난달 이 에스컬레이터를 점검했으면서도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채 ‘양호’ 판정을 했다.
A사는 2021년 왕십리역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면서 1명이 다친 사고로 서울시로부터 과징금 1200만 원, 2020년 한티역의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고장과 관련해 과징금 750만 원의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어서 행정안전부가 ‘중대한 고장’으로 판정했다. 이 업체는 기차역 대천역의 승강기 점검과 관련해 1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아무런 조치 없이 올해도 A사에 전국 지하철역과 기차역 130여 곳의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약 1400대에 대한 점검을 맡겼다. 코레일은 ‘지자체에서 알려주지 않아 중대 고장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레일이 담당하는 노선의 지하철역 시설 관리는 코레일의 책임이다. A사가 맡은 승강기에서 사고가 난 사례가 있었는지 가만히 앉아서 누가 알려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코레일이 능동적으로 나서서 확인했어야 했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중 약 30%가 이미 교체 주기인 20년을 넘겼지만 교체에 배정된 예산은 턱없이 적다. 에스컬레이터 고장 민원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고장은 39명의 부상자를 낸 2013년 야탑역 사고처럼 자칫 큰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에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가 예산 탓, 남 탓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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