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호응이 뜨거운 정부 정책 중 하나가 ‘천원의 아침밥’이다. 한 끼에 3000∼5000원인 대학 구내식당 아침 식사를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해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재정난에 허덕이던 대학들이 이 사업에 참여한 이후로 누적되는 적자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대학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 탓이다.
서울의 모 대학은 천원의 아침밥 2개월 치 사업비가 신임 교수 연봉인 4000만 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학생들 만족도가 높아 중단하기도 어려워 고민이라고 한다. 다른 대학은 재원 부담이 커지자 하루 제공량을 100인분에서 70인분으로 줄이고 식단도 떡이나 빵으로 대체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사업을 중단하는 대학들은 학생들로부터 “두 달 넘게 ‘아침밥 보릿고개’를 견디란 말이냐”는 항의를 받고 있다. 수년째 입시철이면 미달 사태를 겪는 지방 소재 대학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등록금 수입이 급감해 언제 학교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태지만 긴급 예산을 편성해가며 하루하루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원의 아침밥은 원래 재정 형편이 나은 몇몇 사립대가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을 위해 운영하는 것을 보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소비 촉진을 위해 2017년 시범 사업으로 도입한 것이다. 사업 초기만 해도 참여 대학은 10곳에 불과했지만 물가 급등으로 학생들 수요가 폭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여야가 대학생 표를 의식해 ‘천원의 아침밥’ 원조 경쟁을 벌이고 “모든 대학으로 확대하자” “전문대는 왜 빼느냐”며 ‘판’을 키워 갔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들까지 ‘우리 학교는 왜 아침 안 주나’ 하는 분위기에 떠밀려 참여 대학이 145곳으로 늘어났다. 결국 생색은 정치권이 내고 대학들은 뒷감당을 하느라 체할 지경이 된 것이다.
이제는 지방에서도 숟가락을 들고 달려들고 있다. 서울시가 천원의 아침밥 신속 확산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16개 시도 의원은 천원의 아침밥 공동 조례를 만들기로 했다. 세수가 펑크 나 올해 1분기에만 57조 원을 빌려다 쓴 정부에서, 초등학교보다 못한 공교육비로 버티는 대학에서 어이없는 아침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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