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 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 2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를 딴 ‘신궁’ 기보배(35)는 올해 1학기 서울대에서 교양과목 양궁 강의를 맡았다. 엄마이자 현역 양궁 선수인 기보배는 매주 금요일 오전에 교수님이 된다. 1인 3역이 쉽지만은 않다. 광주광역시청 소속 선수인 그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광주에서 동료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매진한다. 목요일 저녁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금요일 오전에 서울대생들을 가르친다. 주말엔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갖지만 월요일 훈련 시간에 맞추기 위해선 일요일에 다시 광주로 내려가야 한다.
이렇듯 바쁜 와중에도 그는 올해 ‘소원’ 하나를 이뤘다. 3월 열린 2023년 양궁 국가대표 3차 선발전 리커브 여자부에서 종합순위 8위에 오르며 국가대표 8명 중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것. 2017년 이후 6년 만의 국가대표 복귀였다. 항저우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에서는 탈락했지만 기보배는 “선수 생활을 올해까지만 하기로 했다. 태극마크를 달아 보고 은퇴하는 게 작은 소원이었는데 그 꿈을 이뤄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양궁으로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은 기보배지만 아쉬움은 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와 아시아선수권 개인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는 일명 ‘양궁 그랜드슬램’을 놓친 것이다. 이 중 아시아경기 개인전에서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선수로서 전성기이던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올해 항저우 대회도 역시 탈락이었다. 한국 선수 중에는 박성현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만이 유일하게 양궁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내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은퇴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우리나라 양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궁을 빼곤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이제는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선수 타이틀을 내려놓는 기보배는 교육자로서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광주여대 시절 은사 김성은 감독(현 광주은행 감독)의 권유로 바쁜 선수 생활 중에도 공부를 한 그는 작년 2월 조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을 밟던 조선대에서도 세 학기 정도 강의를 했던 그는 “양궁의 매력은 거짓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점수가 나오는 게 양궁이다. 선수 시절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해 왔듯이 은퇴 후에는 교육자로 양궁의 재미와 즐거움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충실한 몸 관리로 30대 중반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 온 그는 한국 양궁 대표팀 선수들이 주로 하는 ‘밴드 운동’을 추천했다. 양궁 선수들은 스트레칭 밴드를 이용해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히고 근력까지 강화한다. 밴드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고 효과도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보배는 “양궁은 큰 근육보다 작은 근육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밴드 운동은 보여주기 위한 근육보다는 정말 필요한 근육을 키우는 데 좋다. 일반인분들께도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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