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12일 기준 4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서초나 강남, 송파 등은 꽤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년 가까이 하락했던 세종시 집값도 13주 연속 오르고 있다. 이러니 사람들이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또 오르는 거 아냐? 이제 정말 사야 하나?”
또 다른 조짐은 청약시장에서 보인다. 지난해 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3.7 대 1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마감되고 있다. 경기 안양시 평촌의 한 단지는 올 초만 해도 분양가를 할인해야 했는데, 이제는 조건이 좋은 조합원 분양분 입주권에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이 나오기도 한다. 수도권에 한정했을 때 ‘미분양 공포’는 어느새 사라진 듯하다.
정반대의 신호도 보인다. 아파트 거래량은 서울 기준 한 달에 3000건 선으로 회복됐을 뿐, 가격 상승기 때 1만 건이 넘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전세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고, 역전세난은 7월 이후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준공 후 미분양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지방과 서울의 온도 차도 상당하다.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역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의 가격 반등이 실제 시장이 회복돼서라기보단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계속된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요한 건 지금 부동산 시장에 있는 수요자들이 10년이 넘는 장기 침체에도 집값이 다시 오르는 과정을 지켜본 이들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빚내서 집 사라’고 해도 집 살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전과는 다르다. 조건만 맞는다면, 조금 오를 기미만 보이면 언제든 은행으로 달려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준비가 돼 있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전보다 부동산 관련 정보가 훨씬 더 빠르게 휘발성을 띠고 전파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대출 규제도 풀렸고, 양도소득세도, 보유세도 대폭 깎았으니 현금만 있다면 집 매수에 나서기 좋은 조건이 갖춰져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역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가장 좋은 대비책은 양질의 저렴한 주택을 시장에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다. 다행히 동작구 수방사, 고덕강일 등 서울에서 신규 공공분양이 오랜만에 나오지만 모두 수년 전부터 언급됐던 물량이 이제야 나오는 것일 뿐이다. 이전 정부에서 여러 신규 택지를 발표했지만 진척 상황이 감감무소식인 곳도 많다. 서울의 정비사업을 가로막은 핵심 규제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역시 국회에서 여전히 규제 완화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집을 언제 사야 해?” 이 질문은 지금의 ‘집포자(집을 포기한 자)’가 언제든 ‘영끌족’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의미를 정부가 알고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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