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는 정치나 대인관계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실수를 많이 했지만 전투 현장에서는 실수가 없었다.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이고, 결국 그 때문에 요절하지만 다른 병사들을 애꿎게 죽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진실일까?
불세출의 명장이라도 단 한 번의 실수와 판단 착오가 없는 경우가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나폴레옹의 말처럼 전쟁은 누가 실수를 적게 하느냐는 싸움이다. 전쟁이 끝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군을 칭송하고, 혹 잘못들을 이해하고 용서한다고 해도 죽은 병사의 가족, 그의 죽음으로 파괴되고 왜곡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용서가 어렵다. 어느 영화에 이런 대사도 있다. “전쟁에 승자는 없다. 피해자와 죽은 자만 있을 뿐이다.”
전쟁의 경험은 진실되고 정확하게 분석되어야 한다. 그래야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분석이 감정적, 정치적 비난의 소재로만 사용되거나 그것이 두려워 궤변과 감추기로 일관한다면 그 피해는 후손들에게 전가될 뿐이다.
6·25전쟁 하면 떠오르는 비극이 있다. 초기 패전, 한강다리 폭파, 이어지는 혼란들, 이 과정에서 많은 이슈가 탄생했다. 그중 일부는 과장이거나 가짜 뉴스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분노를 야기하고 정치적 분란의 소재가 된다. 사람들은 이런 논쟁에 너무 깊이 들어가 심지어 임진왜란, 병자호란에 대한 분석도 색안경을 끼고 보고, 감정적인 분노를 앞세운다. 전쟁의 진실을 마주하고 이해하는 국민의 정서와 능력, 정치인의 마음가짐도 성장은커녕 갈수록 더 유치하고 파괴적이 되어 간다. 그러다 보니 패인의 진실한 원인, 전술적 대비의 부족, 잘못된 인사, 비상사태에 대한 준비 없음, 지휘계통의 혼란, 이런 부분에 대한 진실한 반성과 대비가 휘발해 버린다.
올해가 정전 70주년이다. 한국의 국방력은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하지만 휴전선과 서울의 거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국가와 군이 정직하고 합리적인 분석을 회피하기만 한다면 같은 위기를 초래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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