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10월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인류 최초 인공위성이었다. 과학기술 선두 주자로 자부했던 미국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행보는 분주해졌고 투자는 과감해졌다. 1년도 지나지 않은 1958년 7월 미항공우주국(NASA) 설립을 명시한 국가항공우주법을 통과시켰다. 마침내 1969년 7월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를 발사해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이후 미국은 우주개발 주도권을 쥐었다.
우주는 이제 경제 무대로 확대됐다. 우주경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전 세계는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과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주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은 물론이고 우주 개발도상국들도 독자적인 우주개발기구를 설립하는 이유다. 2014년 아랍에미리트가 우주국(UAESA)을 설립한 데 이어 호주도 2018년 호주우주국(ASA)을 설립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주강국 도약을 위한 우리의 도전과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발사하겠다는 목표를 마침내 달성했다. 이제 시선과 발걸음은 달과 화성 등 더 먼 우주로 향하고 있다.
우리가 일정 수준 우주 선진국과 격차를 좁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한 우주경제, 우주안보 시대의 주역이 되려면 해야 할 일이 많다. 산학연 역량을 결집하고 더 큰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달려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마침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 성원에 힘입어 우주항공청 설립이 가시화하고 있다. 항우연 우주 분야 1호 엔지니어로 시작해 외길을 걸어온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반갑고 감사한 일이다. 우주항공 컨트롤타워와 전담기구 설치는 독자적인 기술 확보에 주력해 온 연구자들의 숙원이었다. 우주 선진국 도약을 갈망하는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8명(79.6%)이 “우주항공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그러한 염원의 표출이다.
우주항공청 설립과 함께 우리 연구원은 2016년 국가우주위원회가 지정한 ‘우주개발 전문 기관’으로서 역할을 발전시켜 국가 우주개발 도약을 위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국가 우주개발 사업 추진의 중심 역할은 물론이고 미래 핵심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우주개발 정책을 지원하는 싱크탱크 역할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더 늦추거나 적기를 놓친다면 시대적 소명을 외면한다는 비판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대의에 이견이 없는 만큼 설립을 서두르고, 세부적인 정책과 전략은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계속 머리를 맞대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계와 경쟁하여 우위를 선점하려면 원팀 스피릿이 중요하다. 그것이 우주개발에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국민 응원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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