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군에는 16m 높이의 금산인삼이, 인천 소래포구에는 높이 20m의 새우 전망대가 있다. 강원 횡성군엔 한우, 강원 소양강 변엔 소양강 처녀상이 랜드마크 자리를 노린다.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고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공공 조형물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지만 “예산 낭비”라는 비판 속에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세계 최고’를 내세운 조형물들은 대개 실패로 끝난다. 충북 괴산군은 5억 원을 들여 지름 5.7m의 초대형 가마솥을 만들어 신기록에 도전했다가 더 큰 호주 질그릇에 밀렸다. 군민 4만 명이 한솥밥을 먹자고 만들었는데 아래는 타고 위는 설익는 3층밥이 됐다.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도 이송 비용만 2억 원이 들어 포기한 상태. 광주 광산구에는 높이 7m의 세계 최대 우체통이 있지만 미국에 더 큰 우체통이 생기면서 타이틀을 잃고 사용도 중단됐다.
▷지역 특산물이나 유명인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충북 음성군이 고추 조형물을 설치하자 괴산군은 임꺽정이 ‘청결고추’를 들고 엄지척을 하는 조형물을 만들었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의 생가가 괴산이다. 경북 군위군엔 대추 모양의 7억 원짜리 대형 화장실이 있다. 원래 조형물을 만들려다 화장실로 바꿨는데 한적한 도로변이라 이용객이 없다. 강원 인제군 소양강 변엔 환풍구에 치마가 날리는 메릴린 먼로 동상이 생뚱맞다. 먼로가 6·25전쟁 직후 이곳에서 미군 위문 공연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대형 조형물이 보기도 안 좋고 안전에 방해만 된다는 민원이 쏟아지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2019년 기준 전국의 공공 조형물은 6287점, 추정 제작비는 1조1254억 원. 상당수 지자체가 공공물 건립이나 관리에 관한 규정도,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만들고 있었다. 비리 의혹이 제기된 사례도 있다. 경남도가 16억 원을 들인 거북선은 미국산 소나무를 국내산으로 속여 쓴 사실이 드러나 ‘짝퉁 거북선’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바닥에 물이 새 쓰지도 못하고 방치돼 있던 거북선은 최근 일반인에게 154만 원에 낙찰됐다.
▷성공적인 공공 조형물로 영국 소도시 게이츠헤드에 설치된 ‘북방의 천사’가 꼽힌다. 탄광산업과 제철공업으로 융성했다 쇠락한 이곳에 철을 이용해 키 20m에 양쪽 날개 길이가 50m인 단순한 디자인의 천사상을 세웠다. “쇳덩어리에 16억 원이나 쓰느냐”는 주민들을 설득하느라 1998년 완공하기까지 13년이 걸렸다. 시장이 아닌 주민 모두의 프로젝트로 지역의 역사와 미래의 희망을 담은 천사상이 명물이 되면서 지역경제도 살아났다. 임기 내 업적 하나 남기겠다는 욕심만으론 오래도록 사랑받는 랜드마크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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