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라나플라자 붕괴 참사가 일어난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패스트 패션(유행에 따라 빨리 제품화한 의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었던 라나플라자는 무리한 증축과 부실공사로 봉제 설비들의 하중을 지탱하지 못하고 내려앉았다. 사상자가 3000명이 넘는 산업재해였다. 참사 현장에서 한 여자 어린이가 구조자의 품에 안겨 건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우리는 패스트 패션이 저렴한 이유 중 하나가 임금이 저렴한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임금은 노동 강도와 시간 대비 정당하게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라나플라자 사건은 이런 우리에게 경고하듯 알려줬다. 예쁘다고 사고, 싸다고 사고, 기분 전환이 필요해 산 옷들이 좁은 케이지 속 닭처럼 일하면서 시간당 300원을 받는 15세 소녀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의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0년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아동이 패션 산업을 위해 일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목화를 수확하는 시즌이면 학교가 문을 닫는단다. 아이들까지 목화를 따야 하기 때문이다. 패션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싸고 예쁜 옷을 다양하고 신속하게 제공하려는 것이지만, 이젠 소비자로서 생산자로서 우리가 초래한 결과들을 직시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옷 한 벌을 골라 봉제, 염색, 프린트, 자수, 단추 등을 살펴보자. 이 옷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일들을 했을지 상상해 보라. 많은 제작 단계들을 거쳤음을 추측할 수 있다. 미국의 비영리 미디어 플랫폼 NPR이 제작한 ‘플래닛 머니(Planet Money)’ 영상에서는 한 벌의 면 티셔츠가 완성되기까지의 공정에 관여한 사람들을 보여준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목화 종자를 개발하는 사람, 미시시피에서 목화를 재배하는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 방글라데시에서 의류를 봉제하는 사람, 미 브루클린에서 원단 프린팅을 하는 사람, 콜롬비아의 한 부두에서 제품 운송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과 함께 그들이 일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비영리단체인 ‘패션 레볼루션’은 라나플라자 붕괴일인 4월 24일을 ‘패션 레볼루션(혁명)의 날’로 지정했다. 전 세계인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 한 벌을 선택해 상표나 그 옷을 입은 모습을 사진 찍어 해시태그 ‘#WhoMadeMyClothes’(누가 내 옷을 만들었는가)를 해당 브랜드 태그와 함께 포스팅하는 캠페인도 벌인다. 그러면 해당 브랜드의 의류 공급망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IMadeYourClothes’(제가 당신의 옷을 만들었어요)라는 문구를 종이에 적어 든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서 답한다. 내 옷을 만든 사람을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만나면서 그가 누구인지,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드는지 안다면 쉽게 사고 쉽게 버리진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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