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발 최저임금 좀 그만 올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3일 00시 12분


전국의 자영업자·소상공인 1000여 명이 그제 비를 맞으며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을 1주일 앞두고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1년 전 같은 집회 때에 비해 3배 넘게 참석해 “제발 최저임금 좀 그만 올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들이 하루 가게 문까지 닫고 집단행동에 나선 건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는 최저임금을 더는 감당할 수 없어서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최저임금은 41.6% 올랐다. 같은 5년간 주요 7개국(G7) 중 최저임금이 제일 많이 오른 캐나다의 32.1%에 비해서도 훨씬 높았다. 더욱이 노동계는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9620원에서 1만221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은 전체 취업자의 20%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2170만 원이던 자영업자들의 연평균 소득은 재작년 1952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한 달 평균 162만 원이다.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자영업자들의 수입은 이보다도 훨씬 떨어진다.

이에 비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임금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191만4000원, 연봉으로 2297만 원이다. “집에 가져가는 돈보다 직원 월급이 훨씬 더 나간다”는 자영업자들의 푸념이 엄살이 아닌 것이다.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혼자 가게를 지키는 치킨집, 카페, 편의점의 ‘나 홀로 사장’이 늘어나고, 월급이 안 드는 가족 노동에 의존해 근근이 장사를 이어가는 한계선상의 자영업자가 많아지는 이유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미 일본, 대만, 홍콩을 뛰어넘어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자영업자들의 빚은 폭증했고, 연체율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10명 중 한 명은 세 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돈으로 간신히 사업을 유지한다. 게다가 급등한 전기·가스요금과 식재료 값 때문에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에서 떠미는 일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법정 심의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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