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에서 30대 친모가 영아 2명을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 드러난 데 이어 어제는 화성에서 20대 미혼모의 영아 유기 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두 사건 모두 감사원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고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영유아 23명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 중 수원 영아 2명을 포함해 최소 5명이 숨지고 1명이 유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태어난 줄도 모르고 방치된 ‘유령아이’들은 감사원이 올봄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찾아냈다. 2015∼2022년 예방접종 자료를 출생신고 기록과 비교했더니 신고에서 누락된 영유아가 2236명이나 됐다. 그동안 대대적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 작업을 벌였다면서도 8년간 유령아이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귀한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출산율 걱정을 하고 있었다니 부끄럽고 미안하다.
화성 사건의 피의자는 “형편이 어려워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넘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수원 유기 사건의 피의자도 처음에는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넘겼다”고 했으나 경찰이 압수수색으로 냉장고 속 시신을 찾아냈다. 감사원이 우선적으로 행방 확인을 요청한 23명은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등 ‘고위험’으로 분류된 사례인 만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나머지 미등록 아이들도 전수 조사해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이번 영유아 살해 및 유기 사건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를 무섭게 보여준다. 집에서 학대나 유기를 당해도 밖에서는 알기 어렵다. 매년 미등록 아동학대 사건이 100건 가까이 발생하는 이유다. 올 3월에는 생후 100일도 안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가 구속됐고, 2021년에는 친모가 여덟 살 여아를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유령아기들은 범죄를 당하고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정부는 어제 의료기관이 지자체에 출산 사실을 의무적으로 알리게 하는 ‘출생통보제’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보듯 법 통과 전이라도 예방접종 기록과 분만 자료 등 정부와 의료기관과 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으면 유령아이를 찾아낼 수 있다. 출생신고 등록은 인권 보호의 출발점이다. 추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아이들이 태어나 이곳저곳에 남긴 흔적들을 모아 ‘등록될 권리’를 찾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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